소방관의 죽음

우리 모두의 비극

by jiwu


어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한 소방관이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는 뉴스로만 접했던 그날의 충격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현장에서 생사의 경계를 지켜야 했던 그들의 시간은 어땠을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그가 결국 스스로 생을 놓아버렸다는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화마를 잡고, 무너진 잔해 속에서 사람을 구하고, 그 모든 참사의 뒷수습까지 감당했던 그들. 우리는 그들에게 직업적 의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짐을 지워준 것 같다. 유가족의 오열 속에서, 언론의 플래시 세례 속에서, 그들은 끝까지 강해야만 했다. 그 무게는 결국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소방관들이 불 속에서만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통계를 보면 아닌 것 같다. 서울 소방관 10명 중 4명이 트라우마를 겪지만, 실제로 치료를 받는 비율은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슬프다.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동료들에게조차 약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만든 침묵은 결국 또 다른 희생자를 낳는다. 장례식장에서는 헌화할 줄 알면서, 그들의 무너진 마음을 치료해 줄 상담실 문을 열어줄 예산에는 인색했던 것 아닐까. 영웅이라는 말은 쉽게 내뱉었지만, 그들의 고통에 사회가 책임지려는 노력은 얼마나 있었을까.


이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참사 현장의 트라우마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다. 이제는 함께 버텨주겠다는 따뜻한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 그것이 또 한 명의 소방관이 홀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지켜줄 때, 비로소 우리도 지켜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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