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에서 시작되는 계절
정확한 날짜보다 먼저, 나는 냄새로 계절을 감지한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엔 에어컨에서 새어나오는 바람 속에 눅눅함이 감돌고, 가을이 찾아오면 아침 공기가 맨살을 살짝 긁어댄다. 아직 달력은 여름을 가리키는데, 마음은 이미 가을의 문턱에 와 있는 순간. 무심코 고른 얇은 니트 한 장, 충동적으로 주문한 따뜻한 커피, 뭔가 시작하고 싶지만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여유. 그렇게 계절은 언제나 먼저 찾아온다.
계절을 인식한다는 건, 단순히 온도를 체감하는 것과는 다르다. 어느 날 문득, 바람의 결이 달라지고, 거리에 스치는 냄새가 변화하며, 예고 없이 떠올린 지난 계절의 기억들이 따라붙는다. 봄엔 이유 없이 설레고, 여름엔 뜨거움을 견디기 힘들어지고, 가을엔 자주 뒤를 돌아보며, 겨울엔 대체로 말수가 줄어든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리듬으로 계절을 살아가겠지만, 내게 계절은 늘 감정으로 먼저 온다. 날씨는 그저 배경일뿐, 진정한 계절은 언제나 마음 안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