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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16. 2022

아내와의 11년 사랑이여!

출근길 김차동 FM모닝쇼를 틀었다. 라디오에서 노사연 노래가 나왔다. 노랫말이 좋으니 몽실몽실 연애 때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옆 차선에 달리는 차들처럼 아내와 함께했던 지난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사랑 노래는 결혼 전 연애할 때로 되돌렸다. 벌써 아내와 사귄 지 11년이 되었더라. 러다가 좋은 세월이 다 지나갈까 겁난다.

그때는 사랑을 몰랐죠
당신이 힘든 것조차
받으려고만 했었던 날
그런 세월만 갔죠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새벽이 오는 것처럼
오직 나 위한 그 마음을
이제야 느낄 수 있죠
고마워요 오랜 그 시간
끝없는 당신의 사랑
이제 다시 꿈을 꾸어요
모든 걸 드릴게요
하루하루 당신 볼 때마다
난 다시 태어나죠
천 번 만 번 하고 싶은 말
듣고 있나요
사랑해요

고마워요 오랜 그 시간
끝없는 당신의 사랑
이제 다시 꿈을 꾸어요
모든 걸 드릴게요
하루하루 당신 볼 때마다
난 다시 태어나죠
천 번 만 번 하고 싶은 말
듣고 있나요
하루하루 당신 볼 때마다
난 다시 태어나죠
자꾸자꾸 눈물이 나요
듣고 있나요
사랑해요


아내는 팥을 좋아한다. 그래서 팥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 연애할 때 팥빙수, 팥빵, 팥죽과 팥칼국수를 먹으러 맛집에 다녔다. 여름이 되면 팥빙수 파는 가게를 다니며 매일 같이 먹었고 겨울이 되면 쫀득쫀득 씹히는 새알이 있는 팥죽과 팥칼국수를 먹으러 다녔다. 팥빵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아내는 고소한 인절미 팥빙수를 좋아했다. 언제 시간 내서 아내와 설빙에 가야겠다.    


나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다시 말하면 술보다 술자리를 좋아한다. MBTI로 따지면 내향적이다. 지금까지 INFP 아니면 ISFP가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어쩌면 술자리는 억누르고 쌓아놨던 마음을 용기 내 드러내는 나만의 해우소 같은 곳이다. 그 자리에 막걸리와 두부 김치만 있어도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막걸리에 순대볶음 먹자는 말에 삼색 슬리퍼를 찍찍 끌고 한걸음에 달려갔었다.


2011년 5월 11일에 성격도 취향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났다. 사귀기로 한 날 "나랑 사귀자, 널 좋아해" 이 한마디를 못해 쭈뼛쭈뼛,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만 했다. 용기가 부족했다. 거절당할까 봐 두려움이 컸기에 망설인 것이다. 그날 아내가 먼저 손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고백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적처럼 운명이 되어 올해 결혼한 지 7주년이 되었다. 11년을 아내와 함께 하면서 사랑은 무엇인지 깨달았다.


부부가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배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대가 싫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열 번 잘해도 한 번 싫은 행동을 하면 그동안 쌓았던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비법이었다.


부부싸움도 잘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로 다투거나 미묘한 감정싸움이 이어질 때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문제 해결 중심의 남자는 시간이 필요해 동굴로 들어가는 대신 아내는 즉시 대화를 하면서 풀기를 원한다. 서로의 대화 패턴을 알아차리고 상대의 속도에 맞춰 한 발짝 용기 내 다가가야 함을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니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만큼 대화도 줄었다. 눈만 마주쳐도 불꽃 튀기던 연애 때와 달리 스킨십도 예전만큼 못하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계절에 따라 주변 색이 변하듯 사랑도 세월에 따라 다른 색을 띤다. 부부의 사랑은 생각만 해도 가슴 뛰고 설레는 열정적인 사랑이 아닐지 모른다. 상대 배우자에 대한 존중과 가족에 대한 책임, 노력으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 것이다.


좋은 부부 관계를 위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세월에 무뎌진 감정을 깨우고, 아이에게 밀린 우선순위를 잘 따져야 한다. 아이들보다 아내가 먼저다. 오늘부터 더 안아주고 더 입맞춤하고 더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더 둘만의 좋은 시간을 보내고 더 대화해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xwZZk1cxi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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