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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14. 2022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는 이유

근길, 첫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마음이 바쁘다. 출근길에 유난히 차가 힌다. 언제 끼어들어야 하나, 신호 하나라도 덜 받기 위해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 레이서 본능이 깨어난다. 운전하면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사실 운전할 때 눈을 떼면 안 된다.) 늦지 않으려다 보니 서두르고 늦으면 어쩌나 초조하다.


그때 라디오를 켠다. 김차동 FM모닝쇼를 듣는다. 라디오를 들으면 바쁜 마음이 차분해지고 불안한 마음이 안정된다. 라디오는 바쁜 출근길 안정제 역할을 한다. 그제야 레이서에서 아빠로 돌아온다.


매번 같은 코너를 듣는다. 매일 출근하는 시간대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신호를 받을 때쯤 전국에 간식을 배달해주는 [간식을 쏩니다] 코너가 한창이다. 유치원에 첫째를 등원시키고 직장으로 차를 돌리면 청취자가 퀴즈를 푼다.


어느덧 감정이입을 하고 있다. 함께 퀴즈를 풀면서 승부욕을 불태운다. 틀리기라도 하면 안타까워서 미칠 지경이다. 청취자가 퀴즈를 맞히면 다음 단계에 응할지 '복', '불'을 외칠 수 있다. 퀴즈를 못 맞추면 지금까지 상품으로 받은 주유 금액의 반절을 돌려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불하는 청취자는 못 봤다. 퀴즈를 풀기 전에 청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매일 들어도 지겹지 않다.


매일 다른 삶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쉽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더라도 비슷한 처지와 상황에서 공감이 되고 위로를 받는다. "나만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구나",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생각하는구나"를 생각하고 느끼면서 위로받는 것이다. 어쩌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시작하는 힘을 얻을지 모른다.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이양연의 [눈 덮인 들판] -


내게 주어진 삶을 허투루 살아서는 안될 이유다. 의도치는 않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의 삶을 보고 위로받고 또 누군가는 내 삶을 보고 위안을 삼을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희망찰 것이라고 소망하며 사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이정표일 테니.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오늘도 살고자 라디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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