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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Sep 17. 2022

지금은 내 인생의 전환점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명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


누구나 살면서 전환점을 맞이 한다. 어떤 계기로 살아온 방향과 삶의 방식이 바뀌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지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30대 때는 오직 열정으로 사회복지사의 일에 매달렸다. 젊었을 때는 꿈만 꿔도 배불렀다. 남 부러운 번듯한 직장은 아니었어도 사회복지사의 일은 올곧고 나답게 하는 일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금은 30대 때와는 또 다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어쩌면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인생 주기를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교육복지사의 일을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되어 지난날들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40대, 어떤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살면서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2013년 8월이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다. 교육복지사를 뽑는다는 말을 듣고 드디어 학교에서 일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상 연말 연초도 아니고 하던 일을 끝맺지 못하고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그 당시 다문화센터에서 일하고 있었고 만약 이직하게 되면 급하게 퇴사해야 했다. 서류를 접수하면서 덜컥 합격이라도 하면 어쩌지 난감해했다. 이미 김칫국 한 사발 마시며 혼자 별의별 상상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지난 9년을 돌이켜보면 교육복지사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교육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는 학부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학교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힘든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이끌림과 우연한 기회로 일하게 됐고 지금도 힘든 아이들 옆에 있을 수 있어 좋다. 아이들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


요즘 마흔과 10년 차를 앞두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다닐 직장이 없어지면 그만둬야 한다. 하루아침에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단언할 수 없어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일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직장이 앞으로도 계속 안정적일까 고민되는 것이다.


사실 아직도 2011년 중점학교(교육복지사가 배치되는 학교) 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모든 학교에 교육복지사가 배치되는 꿈은 아직도 머나먼 희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학교사회복지사 자격이 국가자격으로 전환된 것은 교육복지사로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지금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정체기나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쇠퇴기에 들어서 있는지도 모른다. 향후 10년 내에 '학교 안에서의 교육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 역할'을 공론화하지 못하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교육복지사의 일은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시작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더 잘하고 싶다. 더 이상 주어진 일만 하는 직장 생활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일을 10년 더 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수준에 머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40대는 인생을 바꾸는 기회로 삼으라 한다. 20~30대와 다르게 10년 이상 쌓아온 지식과 경험은 그 일과 연결해 새로운 일을 실현할 수 있다는데.


"인생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며칠 전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했던 이유가 떠올랐다. 몇 년 전 사회복지사의 일에 한계를 느끼고 소진되었다. 그때 동료의 이야기가 목말랐다. 하지만 서점 어디에도 사회복지 현장에 관한 책은 없었다. 그 뒤로 '사회복지 실천 현장 이야기를 나눠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내고 싶다는 꿈으로 커졌다. 지금 브런치북에 [교육복지사의 일]에 대해 쓰고 있다. 사람들에게 교육복지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리고, 동료와 후배들에게 좋은 교육복지사가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하고 싶다.


오늘도 게으른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 진정한 여행은 이제 한 걸음 떼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앞으로 언제 있지 모를 두세 번의 전환점을 들어보자.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도전이 두 번째 전환점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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