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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Oct 19. 2022

대한민국이여! 아빠에게 육아를 허하라

집 밖에만 나가도 아빠들이 육아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예전보다 많이 아빠가 아기띠를 메고 다니거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는 놀이터나 공원에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어린이집 등․하원할 때 아빠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제도 놀이터에서 몇몇 아빠들과 공동 육아를 하며 아이들과 놀았다. 

  

이제 “남자는 돈만 벌어오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남편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맞벌이하면서 과거 남자는 경제 활동, 여자는 육아와 가사를 맡았던 남녀 성 역할이 모호해졌다. 남편들이 육아 휴직을 내서 직접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도맡아서 한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사실 둘째를 출산하고 육아시간 제도를 활용해 아내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려고 했다. 육아시간은 출퇴근 시간을 최대 2시간을 미루거나 앞당길 수 있는 제도다. 학기 초 육아시간을 사용하기 위해 동료 교사들과 모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육아시간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교육공무원이 아니라서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없었다. 무기 계약직, 교육공무직 아빠의 현실은 비참했다. 뭔지 모르게 차별받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교육복지실에 돌아와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육아시간은 교육공무직 여성 근로자만 가능했다. 직종에 차이고 성별에 까였다.         

 

노조에서 교육공무직 남자 근로자는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육아 휴직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법에 따르면 무급으로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만큼 국가에서 일정 금액을 보상해 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통상임금 100% 지원은 아니다. 그마저도 몇 개월이 지나면 한 푼도 못 받는다. 어느 누가 월급을 덜 받아 가며 아이를 돌볼까. 외벌이나 생계 때문에 맞벌이를 해야 하는 가정은 꿈도 못 꿀 일이다.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기혼 여성 7명 중 1명은 무자녀이며, 이들 가운데 절반은 “앞으로도 출산 계획이 없다”라고 했다.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 부담, 경력 단절과 고용 불안정 같은 경제적 문제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돈 몇 푼 지원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여성 경제 활동 참여율, 남성 육아 분담률 등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독박 육아”를 겪는 여성일수록 둘째를 가지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의 육아와 집안일 참여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아빠 효과’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아빠 육아'를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이지만 빠르게 변하는 사회 분위기만큼 제도가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라떼보다 좋아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엄마가 지원 대상이다. 여전히 육아는 여자, 아내의 몫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제는 남편이면 누구나 직장 눈치 안 보고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81명이겠는가. 다둥이 아빠지만 내가 여자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아빠 육아는 부모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아이를 키워보니 왜 사람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제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 세대”를 지나 취업, 내 집 마련, 희망 등 많은 것을 포기한 “N포 세대”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 역시 포기하며 산다. 육아를 위해 직장과 꿈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육아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고 미루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다. 대한민국이여! 부모에게, 특히 아빠에게 육아를 허하라. 부모의 책임감만 강요하지 말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나! 마음껏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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