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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Jun 28. 2020

아빠의 유대감을 찾아라

내 아버지는 조선 시대 사람이다. 아버지는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는 것 아니라며 주방에서 설거지하거나 어머니를 도와 음식을 나르려고 할 때면 가만히 앉아있으라며 핀잔주었다.  

    

“남자의 성공은 여자 하기 나름이다.”     


술에 취해 자신의 신세한탄을 늘어놓을 때마다 어머니를 원망했다. 아버지는 돈 걱정 없이 살게 해 줬으면 된 거 아니냐며 오히려 자신은 할 도리를 다했다고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경제 활동은 남자가, 집안 살림은 여자라는 생각이 강했다. 남자는 외무부 장관이고, 여자는 내무부 장관이라며 내무부 장관이 집안일을 잘해야 바깥일 하는 남자가 성공한다는 지겨운 레퍼토리를 들려주었다, 물론 요즘은 세월 앞에 손수 장보고 음식을 만들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돈만 잘 벌어오면 텅텅거릴 수 있었던 아버지 시대는 갔다. 지금은 아이와의 좋은 신뢰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유대감을 쌓아야 한다. 유대감이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는 공통된 느낌이다. 한마디로 부모와 자식 간의 끈끈한 신뢰 관계를 말한다. ‘부모의 유대감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다. 애정 어린 보살핌은 아이의 뇌 발달은 물론 성격, 정서 및 행동 발달 등 아이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좋은 아빠는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통해 유대감을 쌓는다, 친구 같은 아빠, 친근한 아빠가 좋은 아빠 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대감을 만들기 위해 아이와 충분히 교감해야 한다. 유대감은 하루 이틀 노력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 아이와 함께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아이와 살을 비비며, 분유를 먹이고, 지저귀를 갈아 주고, 함께 목욕해야 한다. 유대감은 일상에서 피어나는 감정이다.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고, 엄마와 아빠를 처음 부르는 기적 같은 사건들을 목격해야 비로소 유대감이 싹트는 것이다.     


신체 놀이는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유대감 쌓기 방법이다. 첫째와 둘째가 아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거친 몸 놀이를 좋아한다. 몸을 뒹굴며 놀 때 아이들 반응이 좋다. 두 아들이 까르르 숨넘어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는지 덩달아 신난다. 아이를 등에 태우고 호랑이 흉내를 내거나 팔굽혀펴기를 한다. 목말을 태워달라고 아우성이다. 이제 막내딸도 누워있으면 비행기를 태워주는 줄 알고 다리 쪽으로 쓱 와서 은근슬쩍 다리에 매달린다. 거친 몸 놀이는 아빠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유대감 쌓기 방법이었다.

     

아이와 유대감 쌓기는 비단 아이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배냇짓하는 모습을 보면서, 뽀송뽀송 아이 살갗이 닿는 느낌으로, 분유 섞인 아이 냄새를 맡으면 위로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몸이 덜 회복된 아내를 배려할 수 있다. 당신은 아내 없이 세 시간 이상 아이를 돌볼 수 있는가? 직접 아이를 돌봐보면 집안일이든 육아든 아내 혼자 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아이들 끼니 챙기다 정작 자기 밥은 못 먹는 아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아빠들이여! 아빠만의 고유한 유대감을 만들자. 아빠의 유대감은 가족에게 “아빠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강조하지만 아이와의 유대감은 어릴 때부터 쌓아야 한다. 아이가 크는 순간 늦는다.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지” 싶을 정도로 시간은 빠르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더 크면 잘해줘야죠”, “어릴 때 잘해줘 봤자 아무 소용없다. 기억이나 하겠느냐”라는 식으로 미룬다면 아이와의 유대감을 쌓을 적기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는 부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와 친해지려는 노력 없이 친구 같은 아빠, 좋은 아빠를 기대하고 꿈꾸는 것은 욕심이다. 아이와 유대감을 쌓기 위해 아이와 엄마 사이의 애착 관계를 비집고 들어가자. 애착 관계를 엄마에게 미루거나 양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는 육아에 방관자나 보조자가 아닌 주체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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