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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Jul 15. 2020

찐아빠는 만드는 거예요

알쓸신잡 3 [인노첸티 고아원] 편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짤막한  편집 영상이었다. 유시민 작가와 김영하 작가가 [인노첸티 고아원]을 소개했다. 김영하 작가는 500년 넘게 아이를 찾기 위한 증표들을 보관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이내 눈시울을 붉히던 유시민 작가는 고아원 도큐멘테이션을 소개했다. 고아원에서 자라 독립한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을 모은 것이다.      


 “가족이란,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거예요.”     

 

파올라가 한 말이다. 파올라는 20대 여성이다. 파올라는 양부모를 만나 사랑받으며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친부모가 파올라를 찾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친부모가 사는 한국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파울라는 행복하지 않았다. 친부모는 양부모와의 삶을 인정해 주지 않았고 제대로 보살피지도 않았다. 어떻게 하면 자식이 폐렴으로 석 달 동안 입원했는데 한 번 갈 수 있나. “저럴 거면 왜 한국으로 데려간 거야.” 안타까운 마음에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      


나는 교육복지사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상처받은 아이들을 만난다. 무단결석, 수업 방해, 반항 같은 행동을 보이며 타인을 적대적으로 대하거나 공격하는 아이이거나 우울, 불안, 무기력 같은 심리적 문제로 지나치게 소극적인 아이이다. 학교생활 적응이 어렵고 친구 관계가 좋지 않다. 문제아, 힘든 아이라고 낙인이 찍혀 있다. 아이들을 상담해 보면 가정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좋지 않은 상황과 부모의 바람직하지 못한 양육 태도가 영향을 준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과 따뜻한 관심과 돌봄을 원할 뿐이다. 다시 말해 부모의 사랑과 인정이 결핍되었다. 부부 갈등으로 어릴 때부터 심한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거나, 부모 역할의 부재로 인해 안정적이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오히려 부모가 아이의 문제 행동을 키우고 부추겼다. 어쩌면 아이들의 어려움이나 문제 행동은 주어진 환경과 부모와의 상호작용에서 나름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제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을까. 부모라면 첫아이를 품을 때 남부럽지 않게 키워보겠다고 다짐한다. 누구나 좋은 부모를 꿈꾼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를 낳았다고 다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부모는 아이를 좋은 태도로 키운다. 맹자의 어머니처럼 좋은 환경에서 키우려고 애쓴다.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헌신하고 책임진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아이와 눈 맞추며 깔깔 웃는 일이다. 아이가 말도 안 되는 말을 재잘거려도 끝까지 들어주고 맞장구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 가는 일이다. 하루 한 끼라도 좋다. 옹기종기 앉아 오늘 어떤 일이 있었고, 무엇을 배웠으며,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들었는지, 밥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한마디로 매일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채우는 일이다. 아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며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 어떤 가정으로 만드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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