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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Oct 20. 2022

가장 힘들고 어려운 직업은 부모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직업은 무엇일까. 누구나 현재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할 것이다. 솔직히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사회복지사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다. 사회복지사보다 훨씬 힘든 일이 있을 줄이야.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니 ‘한 번 너 닮은 자식 낳아봐’라는 뜻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키우기 쉬운 아이는 없다. 아이가 밤새 깨지 않고 다음 날까지 통잠을 잔다거나, 부모가 말하기 전에 알아서 척척 자기 할 일을 해낸다거나, 자기 조절 능력이 뛰어나 마트 바닥에 대자로 누워 생떼 한 번 쓰는 일이 없다면 아이를 키우는 게 쉽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꼴사나운 행동 하나만으로도 감정 조절 안 되는 것이 부모다. 그냥 부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버거울 때가 있다. 아빠라는 두 글자에 짊어져야 할 가장으로서의 무게감은 생각보다 컸다. 


첫째 때 남들이 말하는 100일의 기적은 없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는 것은 기본이고, 새벽에 2시간마다 칼같이 깼다. 새벽마다 깨서 우는 아이를 달래고 안아주느라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달랜다고 바로 잠드는 것도 아니다. 한 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배워본 적 없는 아이 키우기. 예측되지 않은 일들이 이어져서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뭐든지 아이 중심으로 맞춰야 했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고 걱정과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차라리 3D 직업이 나을 뻔했어요     

육아는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멘털까지 뒤흔드는 위험한 일이다. 직장은 야간 근무를 하면 3교대나 2교대로 쉴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적어도 아이가 통잠 자기 전까지 수면의 질은 포기해야 한다. 육아는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고 이어진다. 예측한 대로 되지 않은 육아로 스트레스를 달고 산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매일매일 쌓인다. 당신도 아이를 낳고 하루라도 좋으니 늦잠 한번 늘어지게 자보는 것이 소원이지 않나.      

부모는 무보수로 일한다. 아이를 돌본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보육비, 아동수당이 나온다고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쓰는 돈이며 충분치도 않다. 육아에 대한 대가가 아니다. 아무리 3D 직업이라도 노동에 따른 보상은 주어지기 마련인데 무보수에 부모의 희생과 책임만을 요구한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키운 결과가 ‘내가 이 꼴 보려고 낳은 것이 아닌데’ 하는 신세 한탄은 아닌지. 금전적인 어떠한 보상 없이 책임지고 또 책임지고 헌신하면서 희생하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일지 모른다.     


부모가 되면 약했던 비위도 좋아진다. 똥 기저귀를 갈아주다 보면 없던 능력도 생긴다, 아이의 황금 똥을 보고도 비위가 상하던 아내가 이제는 똥 씻기는 일에 무던해졌다. 똥 기저귀를 갈고 엉덩이를 씻길 때 손에 전해지는 미끄덩한 느낌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손톱과 반지 사이로 똥이 낄 때면 아무리 황금 똥이라지만 소스라치며 손을 털게 된다. 아이가 모유를 떼고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끝장이다. 온전한 사람의 똥이니 놀라지 말길.           


솔직히 세 살까지는 몸이 고생하면 된다. 물론 몸이 힘든 만큼 정신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네다섯 살 때 경험하는 멘털을 뒤흔드는 위협까지는 아니다. 세 살 전까지 모든 통제권은 아이에게 있다. 부모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세 살까지는 죽었다고 생각하고 몸으로 때워야 한다.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실을 인정해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잠을 못 자는 젖먹이 육아가 쉬웠다. 생글생글 잠든 아이가 가장 이쁘다는 말이 왜 있겠는가.

      

아이가 네다섯 살이 되면 감정 노동이 더해진다. 그쯤 되면 아이는 뭐든 스스로 하려고 한다. 자신이 선택하고 상황을 이끌려고 한다. 심리학자 에릭슨이 말하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획득하는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이때 아이와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세 살 전까지는 그냥 하염없이 사랑스럽던 행동들이 이제는 꼴을 지켜볼 수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참지 못해 아이에게 짜증과 화를 내는 일이 는다. 순간 말을 뱉고 후회하고 죄책감이 든다. 부모의 자존감이 바닥 칠 때다. 

     

오은영 박사가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까지 받아들이라고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네다섯 살 육아는 감정 노동이다. 아들의 어깃장에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예민하게 반응했다. 눈치를 살살 살피며 하는 아들의 행동에 골탕 먹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화를 내고 말았다. 매일매일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감정은 조절하기 어려웠다. 아이가 클수록 평정심을 유지하고 마음을 챙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감정을 다스리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     


부모는 처음이라서     

부모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키운다. 첫째가 돌 되기 전, 새벽에 뒤척이거나 잠에서 깨면 잠결에 눈이 번쩍 떠졌다. 잠귀가 밝아졌다, 귀가 열린 것이다. 새벽에 도통 일어나지 못하는 아내를 대신해 첫째 새벽 수유를 도맡아 먹였다. 2시간마다 새벽 모유를 먹이기 위해 알아서 일어났다. 지금 생각해도 그저 신기할 뿐이다. 어쩌면 첫아이라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가 네다섯 살만 돼도 달라진다. 본능적으로 해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만약 아이를 다그치고 있다면 한 단계 끌어올릴 시기이다. 부모는 본능이 아닌 좋은 부모가 되려는 각오이며 노력이자 역할이다. 배우고 또 배워야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쉬운 아이 키우는 일에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좋은 남편과 아빠를 꿈꾼다. 하지만 부모는 처음이라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몰랐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육아 관련 교육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혼란스러웠다. 되레 많은 정보는 독이 됐다. 책에 따라 칭찬하라고 하고 칭찬하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육아 책에 나오는 사례나 「금쪽같은 내 새끼」처럼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육아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아이를 키워보니 내 아이와 딱 맞는 육아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육아 책에 나오는 사례는 참고할 뿐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 시도하고 체득하면 노하우가 생기고 내공이 쌓이는 것이다. 서서히 아이 키우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육아에 득도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첫째를 키운 노하우가 꼭 둘째를 키우는 데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마다 다른 감정이나 욕구, 상황에 맞는 나만의 육아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잘하는 부모는 없다.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보다 온전한 부모가 아이의 성장을 돕는다. 아이가 부모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립할 때까지 또 배우고 배우길. 부모가 노력하고 변하는 만큼 아이들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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