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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29. 2022

잘 익은 홍시에 엄마 마음이 여물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갔다. 어머니는 아들이 반가운지 손자, 손녀들이 보고 싶었는지 주방에서 요리하다 말고 버선발로 달려 나왔다. 심지어 무뚝뚝한 아버지도 아이들을 보면 웃는다. 


안방에 짐을 풀고 작은 방에 들어갔다. 20, 30대까지 살았던 작은 방에 앉아 찬찬히 방을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세월의 흔적만 보일 뿐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였다. 독립한 아들의 체취를 느끼고 싶은 부모님의 애틋함일 터. 군복은 여전히 옷걸이에 걸려있고, 책상 아래 서랍장에는 먼지 쌓인 졸업 앨범이 차곡차곡 정리되어있고, 20년 전에 쓰던 컴퓨터 책상에 키보드가 덩그러니 남아 있다. 레트로 감성이 지대로다.


어머니는 주방에서 저녁 준비하느라 바빴고 아버지는 거실에서 아이들과 노느라 바빴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이시는 부모님이다. 문득 자주 찾아뵈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 흘러간 세월만큼 늙어버린 부모님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눈가 주름은 깊게 파였고 아버지의 등은 꾸부정했다. 면역력이 떨어지셨는지 아버지의 볼에 붉은 발진과 함께 물집이 생겼다. 며칠 전 대상포진에 걸리셨단다. 


"애들 보기 전에 어서 먹어라!"

어머니가 숨죽이며 작은 방에 들어왔다. 뭔가를 들고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발소리를 죽였다. 작은 접시에 잘 익은 홍시 하나가 있었다. 애들 보기 전에 어서 먹으라는 어머니의 말에 뭐니 뭐니 해도 아들부터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아무리 손자, 손녀가 이쁘다고 해도 제 자식보다 이쁠까. 세월에 변해버린 눈가였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변치 않았다. 늘 자식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는 여느 부모와 같은 마음이었다. 


잘 익은 홍시에 엄마 마음이 여물었기에 더 달았다.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그리웠는지 그 자리에서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언제 결혼해서 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엄마, 아빠 그늘에서 쉬고 싶은 아이 같은 마음은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가을이 익을수록 잘 익은 홍시가 생각나고 홍시가 생각날수록 엄마 아빠의 사랑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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