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 통지서보다 더 긴장되는 첫째 취학 통지서

by hohoi파파

드디어 신입생 예비소집일이다. 입영 통지서를 우편물로 받고 며칠 지나지 않아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것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몇 주 전 취학통지서를 우편물로 받았다. 우편 봉투 안에는 취학통지서를 비롯한 몇 가지 서류가 들어있었다. 예비소집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과 제출 서류들이었다.


막상 우편물로 취학통지서를 받아보니 기분이 묘했다. 순간 탯줄을 자를 때부터 지금까지 지난 7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무엇보다 진짜 학부모가 된다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손 떨렸다.


예비소집일 전날 입학원서와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 등 제출 서류를 작성했다가 소집 당일에 컴퓨터로 작성했다. 목욕재계하는 심정이었을까. 서류 작성하나도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유호의 행동 특성을 적는 데 진땀 뺐다. 매년 유치원 학부모 상담 주간 때 적는데도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한참 생각했다. 아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게 키우고 있는지 고민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 있는 대로 키우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었다.

image01.png

"오늘 학교에 가는데 기분이 어때?" 아들을 데리고 학교로 가는 길에 물었다.


"공부하니까 싫어" 벌써부터 공부에 학을 뗀다. 아무래도 아들은 학교 가는 것이 싫은가 보다. 어느 날부터 학교에 가는 것을 걱정했다. 하필 초등학교 1학년 형에게 학교에 가면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미 아들에게 학교는 덧셈 뺄셈도 해야 하고, 구구단도 외워야 하는 어려운 것을 배우는 곳으로 되어버렸다.


"처음은 다 그래"

"유호가 태권도 동작을 틈틈이 연습하니 품세를 외우는 것처럼 공부도 마찬가지야"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지 않아, 그냥 친구들과 즐겁게 다니면 좋겠어."


일단 걱정하는 아들을 안심시켰는데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그냥 가야지. 싫어도 가고, 좋아도 가고, 눈 와도 가고, 비 와도 가고, 학교는 걍걍 가는 거야.
-아내 친구의 딸(초2)이 초1을 앞둔 아들에게 해준 깨알 같은 조언-


아니나 다를까 정문부터 빨X펜을 권유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가입 서류와 홍보물을 들이대는데 불편했다. 학교라는 첫인상을 잘못 심어주는 어른들이 달갑지 않았다. (제발! 영업은 다른 곳에서 하세요.)

KakaoTalk_20221227_110819748.jpg 아들과 함께 앞으로 생활할 1학년 교실과 급식실을 둘러보다

신입생의 이름 초성에 따라 방문 시간이 달랐다. 솔직히 처음은 강당에 한데 모여 무슨 이야기를 해주는 줄 알았다. 서류를 제출하고 신입생 보호자 명부에 서명했더니 이제 돌아가도 된단다. 뭔가 허무했다. 생애 첫 신입생 예비소집일이 2분 만에 끝났다.


생애 첫 신입생 예비소집에 다녀와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자녀의 행복한 학교 생활을 위해 예비 초등학교 학부모가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산더미로 쌓여있을 테니 말이다. 일단 교정용 젓가락을 버리고 새 젓가락부터 선물해야겠다.


학교에 근무하면서 매년 입학설명회를 보게 된다. 신입생들은 아직 7살의 모습을 벗지 않았다. 체구도 작을뿐더러 아직 생기발랄하다. 아이들의 가방과 패딩의 색도 가지각색이다. 형광색과 파스텔색으로 눈부시다. 하지만 1년만 지나도 가지각색인 아이들이 하나같이 무채색으로 바뀐다.


어쩌면 다양한 아이들을 담지 못하는 학교의 한계일지 모르겠다.


학교라면 질색팔색하는 아들이 걱정이지만 지금까지 잘 자란 것처럼 이 또한 이겨내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곧 치열한 경쟁 속에 뛰어들 첫째가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7살 아들이 죽음이 뭐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