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함께 근무했었던 선생님들을 만났다.코로나로 2년 만에 뵙는데 전혀어색하지 않았다. 감자탕집에서 반주를 곁들이며 저녁 식사를 했다.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선생님 모두 교직에서 은퇴하시거나 명퇴를 앞두고 있다. 신기하게도 모두 작은? 아버지뻘이지만 불편하지 않다. 선생님들이 젊으신 건지, 내가 녹아든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마냥 즐겁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첫 근무지였던 중학교에서 시작됐다. 교육복지사로서 뜨거웠던 시절?에 만난 인연이다. 4년 동안 매년 아이들과 함께 2박 3일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쌓은 관계다.
"4년 만에 본 일출은 지금도 생생해요."
"잊을 수가 없어요."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에 오른 지 4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천왕봉에서의 일출
선생님에게 그때 찍은 사진을 책상에 붙여놨다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백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선생님들이 함께 인솔해 주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릴 때마다 항상 "전샘 덕분에 행복했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마저 감사할 뿐이다. 뜨거운 시절의 마침표 같았던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요."
"전샘이 선생님들 앞에서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올해 명퇴를 앞둔 선생님이 장난스레 어깨를 감쌌다. 몇 잔에 발음이 꼬이시는 선생님들을 바라보면서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퇴직 이야기, 허리 수술로 철심을 박은 이야기, 족막근염으로 고생 중이라는 이야기가 안주가 되었다. 주름도 세월만큼 깊어지고 양쪽 두 귀로는 허옇게 흰머리가 드러나있는데 못 뵌 사이 지나간 세월이 느껴졌다.
"선생님! 건강하셔야 해요."
"오래오래 함께 산에 올라요."
2023년 다시 등산 모임을 하기로 했다. 아들뻘 되는 젊은이?와 스스럼없이 지내시는 선생님들과 함께 산행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선생님들과 한 번이라도 더 산행을 가야겠다. 매월 등산 모임 핑계로 선생님들을 뵈야겠다. 시절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