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병원 밖 주변을 맴돌았다. 병실에만 있어서 밤새 비가 내렸는지도 몰랐다.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촉촉이 젖은 흙냄새가 올라왔다. 걷자마자 진작에 나와봤을걸 싶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쉰만큼 바빠질 텐데 말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입원한 지 하루만에 병원 생활이 익숙해졌다. 병실에 누워 있기만 하면 제시간에 삼시 세끼가 나온다. 어지럼증 환자라고 매 끼니마다 가져다주신다.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된다. 먹고 눕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그래서 인간은 환경이 중요한 것이다. 증상이 없어도 환자복을 입고 있으면 기운이 없다. 몸이 축 늘어진다. 사실 할 일도 없다. 출력한 원고를 읽으려고 꺼냈다가 한 두 줄 읽고 넣어버렸다. 노트북을 다시 가져가라고 하길 잘했다. 만사가 귀찮다.
그래도 3일 동안 푹 잤다. 그동안 딸의 기저귀 때문에 자정 되면 알아서 눈이 떠졌다. 밤새 뽀송뽀송하려면 갈아줘야 한다. 아이들이 새벽에 뒤척이거나 소변 마렵다고 깨우면 자다 말고 일어나야 한다.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잘 수 있어 좋았다.
병원 주변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상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피숍 창가에 비친 모습을 보고 이제 퇴원해야겠다 싶었다. 산발 머리에 찢어진 환자복을 입는 모습에 눈이 번쩍. 3일 동안 푹 쉬었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이번 일로 건강한 40대를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몸과 마음이 신호 보내기 전에 알아차려야겠다. 가족 앞에서 쓰러지지 않으려면 건강해야지. 지금 생각해도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을 둘째 셋째가 보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프지 말자.
입원 병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