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빠의 쉬고 싶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포도와 바나나, 우유 한잔을 그새 먹어 치웠다. 아빠를 부르며 작은 방에 들어와 머리맡에 앉았다.
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문득 아들의 학교 생활이 궁금했다.
“학교 다니니까 뭐가 가장 좋아?”
“음...” 잠시 생각하더니 아들이 뜻밖의 말을 꺼냈다.
“급식시간, 쉬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이 좋아.”
아들도 어린 시절 나처럼 4교시 끝나기만을 기다리겠지, 쉬는 시간 10분 동안 축구 한 경기를 뛰겠지, 공부… 공부하는 시간이 좋다니 아들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놀랐다. 공부 머린 아빠를 닮지 않았나 보다.
“왜 그 시간이 좋은데?” 아들에게 좀 더 물어봤다.
“급식시간에는 맛있는 거 먹을 수 있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이랑 놀 수 있고, 공부시간에는 음... 그냥 좋아.”라고 아들이 말했다.
맞다! 4교시 끝 종 치기 무섭게 급식실로 내달렸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역시 학교 생활 만족도는 급식에 결정 난다.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
“아 그렇구나! 유호는 급식 시간, 쉬는 시간, 공부 시간이 좋구나.”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재밌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을 내려놨다.
“유호가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학교에 잘 적응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서 마음이 놓인다.” 아들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아빠! 빨리 문제 풀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오늘은 몸이 무겁다. 윽! 이를 악물고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아들, 너의 속셈을 모를 줄 알고. 빨리 문제 풀고 tv 보려고 그러는 거 다 안다.
그나저나 학교가 좋다고 하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