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장인어른의 칠순을 맞아 처가에 다녀왔다. 산을 병풍처럼 두른 집 마당에는 벌통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장인어른이 취미 삼아 키우는 벌들이다. 벌통 곁에는 꿀벌을 데려가는 못 된 말벌들을 살피기 위해 내다 놓은 캠핑 의자가 있었다. 그 뒤로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그 위에는 메모장과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손때가 뭍은 하얀 표지 메모장을 먼저 펼쳐보았다. 장인어른이 꿀벌을 돌보며 쓰신 일지였다. 세 통으로 시작한 벌통은 해를 넘기며 어느새 열 통 넘게 되었다. 꿀벌을 관찰하며 적어둔 기록들, 새롭게 배우고 궁금했던 것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손글씨에 장인어른의 마음이 보였다. 장인어른은 꿀벌에 진심이시구나.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이 나를 돌보는 것이다.”
메모장 아래에 포개져 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김미경 저자의 책이었다. 메모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책을 들어 올렸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던 중 제목에 눈길이 닿았고 손이 멈췄다. 단숨에 한 꼭지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책 제목을 보고 문득 지난주에 있었던 새싹ON溫 서포터즈 활동이 떠올랐다.
지난주에는 새싹ON溫 서포터즈 봉사단 아이들과 함께 추석 맞이 인절미 만들기 체험을 했다. 쫀득한 쑥떡에 고소한 콩가루를 묻혀 떡을 빚어냈다. 활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인절미를 들고 소방서, 경찰서, 노인복지회관을 찾아가 지역의 고마운 분들께 직접 나누어드렸다.
우리 학교는 조금 특별한 곳에 전달했다. 하하이음교육공동체가 함께 기획한 ‘맡겨놓은 카페’에 들렀다. 이곳은 동네 아이들이 선결제로 마련된 음료를 무료로 마시며 머무를 수 있는 카페다.
아이들과 함께 포장된 인절미를 카페 사장님께 전해드리자 사장님은 오히려 감사하다며 아이들에게 마시고 싶은 음료를 고르라고 권해주셨다. 활동비로 결제를 하겠다고 사양하자 사장님은 웃으며 “그럼 팥빙수는 제가 낼 테니 음료만 결제하세요.”라며 마음을 나눠주셨다.
그 순간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뜻한 나눔은 한쪽에서 흘러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며 곱절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장인어른이 꿀벌을 돌봐 몸에 좋은 달콤한 꿀을 얻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