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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an 28. 2019

둘째는 아픈 손가락

딱 임신기간에만요

 

태국 여행에서

  첫째를 임신할 때는 10개월 동안 오롯이 태교에 집중할 수 있었다. 육아나 태교 관련 책을 찾아 틈틈이 읽었고 책에 소개된 태교를 실험 삼아 열심히 따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둘째는 내가 아닌 첫째가 태교한다. 아무래도 주주(둘째 태명)는 형의 목소리를 아빠라고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사실 첫째 목소리에 더 반응을 잘한다.)


  사람들은 첫째가 아픈 손가락이라고 하지만 나는 다르다. 둘째가 아픈 손가락이다. 물론 임신 기간 때만 아플 것 같지만 말이다. 주주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아픈 손가락은 첫째로 바뀔 것 같다. 한 몸에 받던 애정과 사랑을 동생에게 나눠줘야 하고 때로는 뺏앗긴다고 느낄 테니 말이다. 첫째가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첫째 때는 조산 가능성이 있어 병원에 수시로 갔다. 아이가 클수록 퉁퉁 부어오른 아내의 발은 더 심해졌고 체중은 급격하게 늘었다. 임신 중독증을 염려해야 했다. 막달 때나 한다던 태동검사를 병원 갈 때마다 했다. 출산을 늦춰준다는 주사를 맞아가며 막달을 버틴 것 같다. 임신 기간 동안 혹여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보냈다.(둘째는 첫째 때와 다르게 무난하게 보내서 그런지 잘 못해줬다고 느끼는 것 같다.)


  첫째 임신 기간 동안 잠들기 전 통과의례처럼 했던 태교가 있다. 마른땅이 갈라지듯 튼살이 쫙쫙 퍼져간 아내의 배에 튼살크림을 바르며 배와 다리, 발을 마사지를 했다. 마사지가 끝나면 책을 읽어주거나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임신 때 [위키드]라는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는 경연 프로그램에서 나온 노래다.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주렴 아무도 모르게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

멀리 뱃고동이 울리면

네가 울어주렴 아무도 모르게


  첫째와 매일매일 대화를 하며 아이와 교감했다. 하지만...


   둘째 임신 때는 아내와 둘째를 첫째만큼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퇴근하면 첫째와 놀아주기 바쁘고 첫째가 자면 나 역시 체력이 바닥난다. 소파와 내가 하나 되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집안일 하는 것도 예전과 다르다. 태교는 아침 출근 주주에게 인사를 하고 자기 전에 아내의 배와 다리, 발을 마사지하며 튼살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전부다. 그 흔한 책 한번 읽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보낸 10개월. 벌써 출산이라니 아내에게도 아이에게도 미안하긴 마찬가지다.


  2월 22일이 예정일이다. 언제 10개월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 기분이다. 아무튼 주주가 어떤 아이일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나를 더 닮은 것 같은 사진은 걱정거리지만 아무쪼록 건강하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못해준 태교의 아쉬움을 육아로 채워야겠지만 첫째를 도맡아야 해서 그러지도 못할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나의 아이들은 모두 아픈 손가락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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