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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Nov 01. 2019

DNA의 힘, 어쩜 이런 것까지 빼다박을 수가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나를 보는 듯해 소름 돋는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빼다 박은 모습에 놀랍다. 클수록 닮아가는 모습, 누가 봐도 "엄마다, 아빠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모습까지.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여기는 당신 닮았어!, 여긴 날 닮았어!" 숨은 그림 찾기 놀이하듯 아이에게서 아내와 나의 모습을 찾기 바쁘다. 아이들은 나의 어떤 모습을 닮았을까.

손, 발

두 아들은 나의 발 모양과 닮았다. 두 아들 모두 엄지발가락이 가장 길다. 뭉뚝한 발가락마저 생김새가 똑같다. 어쩜 볼 큰 것도 닮았을까. 나도 그렇지만 두 아들 역시 발 길이에 비해 볼이 상대적으로 통통하고 크다. 내가 했던 고민을 아들도 똑같이 하게 생겼다. 신발 고를 때 애매했다. 발길이에 맞추면 볼이 꽉 끼는 느낌에 답답하고 그렇다고 볼 크기에 맞추자니 사이즈가 실제 발 보다 길어져 난감했다. 그 불편함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태어난 아들. 손도 마찬가지다. 짤막한 손가락, 손바닥은 넓적하니 크다. 손발톱 모양까지 닮아서 진짜 소름이다.


앞니

아랫니 중, 가운데 앞니 두 개가 안쪽 방향으로 향해있다. 앞니만 봐도 누구 아들인지 알겠다. 첫째가 그러더니 둘째 역시 닮았다. 이것은 아빠 쪽 유전이 확실하다. 아버지 역시 앞니 모양이 그렇다. 이것 역시 소름이다. 치아가 닮았다는 것은 턱 모양도 닮았다는 건데. 각진 턱이 콤플렉스이기에 아들은 아니길 바란다. 바란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직 젖살에 정확한 턱 모양은 볼 수 없으나 손으로 전해지는 턱선은 살짝 불안한 예감이. 어쨌든 치아 모양과 방향, 턱선도 빼다 박았다.


뒤통수

이것만은 아니길 바랐다. 가파른 절벽 같은 뒤통수. 짧은 머리 중학교 시절, 절벽 같은 뒤통수 역시 콤플렉스였다. 내 뒤통수를 쓰다듬으면 걸리는 것 없이 반듯하다. 굳이 이로운 점을 찾는다면 잠잘 때 베개 없어도 천장을 바라보고 잘 수 있다는 것. 이 정도가 전부다. 어쨌든 학창 시절부터 뒤통수가 둥글둥글한 친구들이 부러웠다. 첫째는 살짝 짱구 머리지만 둘째는 영락없이 나다. 머리도 한쪽으로 비틀어져있다. 아무리 신생아 때 머리 모양을 만들 수 있다곤 하지만 둘째 녀석은 만들 수 있는 모양마저 없어 걱정이다.  


머리카락

남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탈모. 할아버지도, 외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머리숱이 적다. 탈모는 한 대를 건너 나타난다고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피할 수 없다. 어릴 때만 해도 머릿결이 삐죽삐죽, 거칠고 두꺼웠다. 세월 앞에, 유전 앞에 장사 없다고 점점 곱슬곱슬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두 아들이 이것 만은 제발. 제발. 제발 안 닮았으면 한다.(간절한 마음을 담아) 첫째를 보면 불길한 예감이 든다. 첫째는 곱실거리는 머리 방향도 닮았다. 그나마 둘째의 머릿결은 억센 느낌이라 다행이다.


아버지 모습에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좋든 싫든 간에 내 모습에 아버지 흔적이 있다. 유전자로 타고 난 모습, 아버지, 어머니로 부터 보고 배운 모든 것. 무의식으로 새겨진 습관, 생각, 행동 패턴까지. 나는 아버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죽기보다 싫었던 모습이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그만큼 부모의 영향력은 어찌할 도리가 없을 만큼 강력하다. 오늘도 아내와 나의 영향을 받을 두 아들, 두 아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고 떠날지 나를 빼다 박은 두 아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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