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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피할 수 없는 산후우울증

by hohoi파파

"당신은 산후우울증이 있었어?"


어느 날 문득 아내도 출산하고 우울했을까 궁금했다.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답장을 기다리면서 지난 5년을 돌이켜봤다. 아내도 아이를 낳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 20대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우울했는지 모른다. 행여 아내가 불행하다고 느꼈을까 봐 초조하고 겁났다.


“우울증?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갔어!”

“매일 오빠가 출근하고 나면 울었잖아!”


아내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놀랐다. 우울했다는 말보다 느낄 새도 없이 찾아왔다가 지나갔다는 말이 마음 아팠다. 아내도 힘들었구나, 그동안 아내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때 처음으로 산후우울증 증상을 찾아봤었다.


“Baby Blues” 베이비 블루스는 출산 직후 나타나는 산후 우울감을 말한다. 이때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뇌 단백질 모노아민 산화효소 분비가 급증하여 우울 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우울감이 생기고 기분 변화가 심해지는 이유이다. 이때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흐른다고 한다. 극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수면 장애로 이어지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빈도와 정도, 기간의 지속에 따라 산후우울증이라고 진단받는 것이다. 산후우울증이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사실 산후우울증은 엄마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다. 산후우울증은 아빠도 피할 수 없다. 아내만큼 우울한 것은 아니었지만 임신과 출산이 아니었으면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을 느꼈다. 아내가 처음 두 줄이 선명한 임신 테스트기를 내밀었을 때 꿈만 같았다. 아빠라는 생각에 행복했다. 하지만 아내의 배가 부를수록 복잡한 감정은 마음을 짓눌렀다. 눈에 띄게 부른 아내의 배를 보고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때 "진짜 아빠가 되는구나" 실감했다.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의 사회복지사 벌이로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경제적인 부담감이 컸다. 임신 4주 차부터 유산기가 있어 불안과 긴장감은 더했다.


"단단히 먹어라, 아이가 태어나면 버텨야 하니."


아내가 입덧했을 때 옆에서 먹덧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어. 아이가 클수록 먹덧으로 불었던 체중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 수면 부족이 우울감의 원인이라는 실감 했다. 잘 자야 행복하다. 저녁 늦게 잠드는 첫째 덕에 육아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새벽에 깨는 바람에 제대로 된 잠을 못 잤다. 그 뒤로 예민해졌고 감정 변화가 생겼다.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짜증 나고 가끔 분노에 찼다.


하지만 남편에서 아빠가 되기 위해 겪는 숱한 감정이 아내가 느끼는 우울감에 비하면 한 줌의 모래알 같아, 어디 가서 하소연을 못 한다. 그래서 아내가 겪는 우울과 결이 다른 것이다. 어쩌면 남편들은 자기표현에 서툴러서 우울해도, 스트레스를 받아도 꾹꾹 눌러 참았는지 모른다. 행복한 아빠를 위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차려야겠다. 마음 챙김에 더 신경 써야겠다. 남편들도 아내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출산 직후가 가장 예민한 시기다. 서로 이해하고 챙기자.

Baby 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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