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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12. 2020

아들 셋은 상상만으로 충분해요

  셋째를 임신했다고 하면 모두 놀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응은 요즘 시대에 셋째라니 걱정하는 사람들과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는데 국가가 상을 줘야 한다는 사람들로 나뉜다. (진짜 아이 셋부터는 청와대에 초청받아야 마땅하다.)


  그다음 질문은 뻔하다. 첫째, 둘째 성별은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 성별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설마 둘 다 아들은 아니겠죠? 하는 표정으로 묻는 걸 보면 셋째까지 아들이면 어떡하냐는 반응이다. 


둘 다 아들이에요. 


  덤덤하게 둘 다 아들이라고 하면 탄식과 함께 몇 초 동안 말을 못 잇는다.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에 되레 미안해진다. 


  다급하게 셋째는요? 성별을 확인한다. 그 누구보다 셋째가 아들이길 바라지 않기에 듣기 민망하다. 그동안 애써 아들 둘 키워보니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지 않다고, 아들 셋도 괜찮을 것 같다고 태연한 척했다.  


  솔직히 다른 것은 몰라도 첫째는 딸을 바랐다. 지극히 편견이지만 내가 장남이다 보니 장남보다는 장녀가 뭔지 모르게 안정감이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보다 아내에게 딸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더욱 바랐는지 모른다.


  인생사 계획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첫째와 둘째 모두 아들이 태어났다.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형제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셋째가 아들이면 어쩌려고... 계획했느냐?
토끼와 강아지에게 먹이 주는 체험을 하고 있는 남아이 셋

  아들이든 딸이든 괜찮다고, 그냥 건강하게 낳아서 행복하게 키우면 그만 아니냐는 생각으로 아내와 자녀 계획을 세웠다고 말한다. 


  가끔 셋째가 아들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어제 처가댁에서 아들 둘과 처조카가 나란히 서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고개가 절로 절레절레 흔들렸다. 셋째가 딸인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아들 셋은 그냥 상상과 처조카만으로.  


  요즘은 한 명만 낳아 잘 키우자는 분위기도 아니다.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늘었다. 브런치에서 비혼 선언을 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혼을 선택하듯 이제 아이도 선택하는 시대다. 아이 없는 조건으로 결혼한다는데. 어쨌든 곧 아이 셋을 둘 아빠로서 시대를 역행하는 삶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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