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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Mar 12. 2021

매일 좋아한다고 속삭이세요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아빠 좋아?'
'응!'

  25개월 된 둘째가 말문이 트였다. 가히 폭발적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또(또 주세요)', '저(저쪽)', '포(포클레인)' 단어가 아닌 첫 음만 말하거나 발음이 뭉개진 첫 음과 끝 음만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 단어를 붙여 곧잘 자기표현을 한다. '빠빠이'에서 '엄마 안녕'으로 진화했다.


  아들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알이 수준이었다. 아들은 이해하고 아는 만큼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했고 나는 아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했다. 외국어 듣기 평가 수준이었다. 아들이 무슨 말을 하면 몇 번을 What? 되물었다. '아빠가 못 알아듣겠어, 미안해!' 아들에게 사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20개월이 되면서 옹알이 수준을 넘었다. 점점 이해하는 단어가 늘었다. 다용도실 문에 붙어 있는 과일 그림을 가리키며 아들에게 '바나나는 어디에 있어?' 물으면 아들은 쪼르르 달려가서 손가락으로 바나나를 가리킨다. 그림책을 보면서 달님, 별님, 돼지, 코끼리, 기린 등 어딨냐고 물어보면 맞춘다.

  요즘 그림책을 본다. 혼자 보는 재미에 빠졌다. 혼자 거실에 앉아 그림책을 보며 알아들을 수없는 말을 쫑알거린다. 아들의 뒷모습이 마냥 신기할 뿐이다. 재울 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습관이 들었다. '읽고 싶은 책 가져와'하면 거실에 있는 책장에서 한아름을 안고 낑낑거리며 안방으로 들어온다. 두세권 읽어야 잠든다.


  언어치료사 장재진 저자 [아이의 언어 능력] 책에서 0~7세는 아이의 평생 언어력을 키워줄 결정적인 시기라고 했다. 아이의 언어 발달을 촉진하는 것은 부모의 눈 맞춤을 통한 상호 작용이라고 했다. '언어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언어 자극이 이루어져야 한다.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말과 함께 의미 있는 눈 맞춤과 적절한 반응을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아들의 언어 능력이 발달하면서 '나'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 자아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엄마는 어딨어?, 아빠는?, 유호형은?, 소이는?' 번갈아 가며 물어봐도 누군지 확실히 맞춘다. '지호는 어딨어?' 물어보면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지호'라고 말한다. 그 모습이 귀엽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엄마, 아빠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으면 했다. 몇 개월 전부터 시도 때도 없이 아들 귀에 대로 속삭였다. 아침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하원 시킬 때, 재울 때, 같이 놀 때 아들을 안고 귀에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빠는 지호를 좋아해!' 곰살맞지만 속삭였다.


  처음 아들은 듣기만 했다. 좋아한다는 말이 차곡차곡 쌓일 때쯤 아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아빠는 지호를 좋아해!'라고 말했더니 아들이 나를 한번 쓰윽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까르르 웃으며 또 해달라는 장난을 쳤다.


  아들에게 '아빠 좋아!'라는 말을 들었다. 아빠 좋아? 묻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거지만 '아빠 좋아'라는 시냅스가 연결되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감정을 매일 말해주면 없던 마음도 생깁니다. 언어 발달도 유대감이 먼저입니다. 아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 곰살맞아 낯부끄럽지만 아빠의 곰살맞음은 아이들의 행복을 키워줍니다. 당신도 행복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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