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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처럼 커라

by hohoi파파

막내딸이 태어난 지 어느덧 16개월이 됐다. 아내는 조산 증상으로 일찍이 입원 치료했었다.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부디 건강하게만 태어나라고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기도했었는데 벌써 1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는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무럭무럭 자라준 딸이 고맙다.


고슴도치 파파가 됐다. 새근새근 잠든 모습만 봐도 이쁘다. 걸을 때마다 쿵쿵거리는 발걸음 소리도 내 귀에는 음악이다. 머리를 묶어주고 싶은 마음에 언제 머리카락이 자랄까 손꼽아 기다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르르 달려와서 빼꼼 내미는 아이의 미소가 사랑스럽다. 출퇴근하는 현관문에서 이마를 들이대며 배웅하고 맞이하는 애교에 사르르 녹는다. 이래서 딸 딸 딸 하는구나.


"손예진처럼 커라!"


어느 날 딸을 안아 올리면서 손예진처럼 이쁘게 크라고 했더니 아내가 웃었다. 비웃었다.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아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빠가 손예진 아빠가 아닌데!" 한마디 한다. 와~

휴~ 손예진 유전자가 없는 아빠의 한숨. 내 눈에는 손예진처럼 이쁜 걸 어떡해. 부디 아빠를 바라보는 미소 잃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너를 낳길 참 잘했다 생각해. 하마터면 너의 미소를 못 볼뻔했으니.


딸~ 손예진 유전자는 못 물려줬어도 행복한 가정은 물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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