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냥의 5분 소설
“저는 늘 아침마다 8시 16분 전철을 탑니다. 그 전철은 말 그대로 지옥으로 가는, 지옥철이지요. 열차 안으로 발을 디딘 순간부터 이건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숨이 탁 막혀오는 공기. 그때만큼 인간들에게 살기를 느끼는 순간도 또 없을 겁니다. 뚱뚱한 인간, 땀 많은 인간, 뜨거운 인간, 잘 씻지 않아서 냄새나는 인간, 그렇다고 또 너무 잘 씻고 한껏 멋을 내서 역겨운 향수 냄새가 진동하는 인간. 모조리, 깡그리 때려죽여 버리고 싶지요. 내 몸에 닿기만 해 봐라! 온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섭니다. 어디 마땅히 붙잡을 곳도 없어요. 그렇게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대롱대롱 매달리듯이 인생을 한탄하며 하루를 저주하며 30분쯤 가서는 또 미친 듯이 내려서 정신없이 걸어야 합니다. 지구에서, 아니 이 땅에서 전철을 이용해 출근하는 직장인의 삶이란 다 그렇죠. 그래요. 다 그럴 거예요.... 누군가는 나를 죽여버리고 싶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16분 전철을 타고 가면 겨우 지각을 면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아슬아슬하게 16분 전철을 놓치면 19분 전철, 그러니까 3분 뒤 그 전철을 타야만 합니다. 당연히 그 전철을 타면 지각을 하고 말지요. 아침부터 상사 눈치에 시달려야만 합니다.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가 없지요. 그런데 그날은 그만 제가.... 16분 열차를 놓치고 19분 열차를 탔습니다. 거의 체념, 포기 상태였지요. 아니 그런데 이 전철은 똑같은 곳에서 출발해서 똑같은 곳에 도착하는 그런 열차인데도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니 글쎄 그 아침에 앉을자리가 텅텅 비어서 오지 뭡니까! 이건 기적입니다. 게다가 사람들 표정이 한결 온화합니다. 저는 그날 전철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뚱뚱해도, 땀이 많아도, 뜨거워도 향수 냄새가 진동해도 아무렇지도 않더군요. 아니 그런 것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물론 지각을 조금 했는데도 마음이 그냥 놓이더라고요. 까짓 상사 잔소리쯤이야. 이런 생각마저 들더라고요. 신기하지요? 3분. 고작 3분 차이입니다. 3분인데 제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더라고요. 네. 인생이 그렇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