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예쁘다 - 여섯 번째 이야기

잠자냥의 5분 소설

by 잠자냥

골목에서 우리는 별 일 없는 듯 걸었습니다. 흘끔 돌아보니 역시나 녀석은 우리를 따라오는 중이더군요. 그리 대범해 보이지도 않고,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소심하면서도 너무나 집요해 혹시 녀석은 따라오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왜 그런 놈들 있지 않습니까, 인간에게는 성적으로 어딘가 뒤틀린 면도 있어서 저렇게 누군가를 뒤쫓으면서 성적인 희열을 맛보는 그런 부류의 변태는 아닐까 싶었던 거지요. 연보랏빛 폴로셔츠, 청바지,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 검은 백 팩. 모범생 같은 허연 얼굴.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죠.


“자, 이제 꺾어져서 뛰어!”


골목에서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러 개의 골목이 나오는 그런 장소에 다다랐습니다. 우리는 골목으로 들어가자마자 냅다 뛰었습니다. 아내는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저는 아내 손을 잡고 대로변으로 뛰었지요. 그러고는 다시 우리가 왔던 길을 큰 대로변으로 해서 되돌아왔습니다. 조금 위험한 방법일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그러는 편이 놈의 허를 찌르는 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예상대로 녀석은 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멍청한 놈. 아마도 골목 어딘가에서 그 허여멀건 얼굴로 어벙한 표정을 짓고 우리를 찾아 두리번대고 있겠지요. 그 모습을 상상하니 어쩐지 퍽 통쾌했습니다. 대단한 경기에서 승리라도 하듯이 말이지요. 아내와 저는 그제야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우리는 마치 팀 경기에서 승리라도 하듯이 기뻐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며 맥주까지 마셨지요. 아내는 제게 무척이나 고마워했습니다. 그런 놈과 거리에서 싸움이라도 났다면 정말 당신한테 실망했을 거라고, 그냥 모르는 척하고 조용히 피해주는 편을 따라줘서 고맙다고 말이지요. 그렇게 기뻐하며 술을 마셨습니다. 행복해하는 아내 얼굴을 보니 저도 기쁘더군요….


그런데 말이지요. 제 마음속에는 이상한 의혹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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