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개월째다.
갈망하던 모든 것들이 현실처럼 살아 숨 쉰다.
나는 겨우내 간신히 몸을 지탱해온 식물처럼 고른 숨을 내쉬며 녹음을 바라본다. 바람의 내음을 맡는다.
사람도, 식물도, 날씨마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시야를 스친다.
그 어느 때보다 생명력을 띄는 활기찬 거리를 바라보며 나는 텅 빈 마음을 투영해본다.
갈증에 허덕이는 몸뚱아리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햇살을 기어코 무심히 바라본다. 또렷한 정신을 느낀다.
어디로도 통하지 않는 긴 미로 속에서 선택한 답안지를 들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
고립감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후회 없는 걸음에도 발자욱은 짙게 남는다.
아무튼 이 무렵의 나는 내 자신이 싫었다.
그 모든 것이 싫었다.
궁극적으로 나의 문제였다.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 적어질수록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죽은 듯 가벼운 몸을 뉘이고 쥐어짜는 듯한 두통을 안고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한 정신으로 새벽을 마주한다.
나는 부풀어버린 몸뚱이처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가볍고 텅 빈 늪으로 들어선다.
가까스로 고개를 내민 채 찾아온 평온이 달갑지 않다. 정말이지 길고 지루한 늪이다.
수일 째 잠이라곤 들어본 적 없는 듯 깨어있는 정신을 두고 어디서 파생되었는지 알 수 없는 가볍고,
익숙한 늪에 몸을 뉘이고는 처음으로 그냥 이대로 누워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인줄 알면서도 내가 아닌 듯 무심하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