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magenta

by Letter B




선생님, 들리시나요?


소리를 인지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매번 죄스러운 마음에 휩싸인다.

여타 사전에서 찾은 의미처럼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지각 능력에 대해 부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앎에 죗값을 붙이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 붙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위이이이잉 -


선풍기를 틀어 놓는 것은 요즘 내가 새롭게 알아낸 앎이다. 아니 삶이다.

펜이 오래된 선풍기는 마찰면에 기름칠을 해두지 않으면 이내 푸드덕 소리를 낸다.

손끝이 떨리고, 다리는 쥐가 날듯이 저려오지만 알아간다는 것을 두고 후회하지 않는다.

이래 봬도 청년기를 도시 중심가에서 보낸지라 낡은 것을 익히는 것은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바로 옆에서 보아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성장이란 사랑처럼 시간과 나이에 상관없이 불쑥 찾아오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컴퓨터 옆으로 떠다 놓은 물을 한 모금 삼킨다.

삼키기도 전에 전해오는 비릿함에 숨을 꾹 들이키고 마신 지 꽤 오래다.

이를 두고 나는 4년째 후회한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그저 나이가 지긋한 이들을 돕는 일에 동참하려는 작은 동냥이 이리 부풀어졌다고 여긴다. 집중하자. 삼킨 물 한 모금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 위에 장착할 때까지. 그 시원한 물줄기를 다시 들이킬 때까지. 때론 삶이 아무렇지 않게 배신할 때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작업은 생각보다 즐겁지 못하다.

고자질을 하듯 야금 야금 눈치를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렇다 할 수입도 없는 시점에서 생리현상까지 무시하며 중심을 잡는 일은 나로선 여간 대단한 일을 견뎌내는 일이라 하겠다. 앞서 적게나마 소감을 읊었지만, 훔쳐 썼던 빌려 썼던 혼자만의 착각이던 미디어를 활보하는 활자를 제공한 장본인 아니던가.

몸이 무거워질 때면 산책을 한다. 언젠가부터 더러는 더욱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돌아온다.

공격적인 악취에 대해서도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이기심을 논쟁하는 일이 어리석다는 것에 대해 나는 삶을 배워간다는 것을 읊고 싶다.


나는 이런 성격을 두고 아무 생각이 없다.


세상이 보잘것없는 우리를 포장하려고 할 때

우리의 진화 방식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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