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의 갯물

by Letter B



작은 마을에 좋아하는 천이 하나 있습니다.


바닥을 투영하는 맑은 물이에요.

곳곳으로 가라앉은 것들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작은 돌멩이, 모래알, 떼를 지어 움직이는 물고기 그리고 이름 모를 수풀들에 대해서요.

살랑 살랑 움직이는 물살을 따라 모양을 바꾸네요.

손으로 건드려 파동을 일으켜 봅니다.


첨벙


발을 담그면 가느다란 물살이 살갗을 스칩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태동만이 희미하게 살아 숨 쉬네요.

숨을 고르고 감각이 깨어나길 기다립니다.


누가 나를 밀어 넣었을까?


매일 같은 질문을 되뇌이다 그녀를 떠올립니다.


아주 오래 멈춰서 있었어요.

모든 것이 끝나길 기다리며, 아주 오래.

그래서 일까.


언젠가부터 읽히지 않는 것들이 생겼어요.

앞만보고 달려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거에요.

이제와 주저앉을 수도 없는데

바라는 게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토록 기다려왔던 순간이 절망처럼 다가선 걸 결국 깨닫게 되는 거죠.


부패된 것들의 냄새를 맡아본 적 있나요?


알고 있는지도 몰라요.

무감각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거죠. 감각으로.


언젠가 오후의 햇살처럼 다가선다고 해도 환하게 미소 지을지 모르겠습니다.

굳어버린 시체의 냄새를.


어떤 삶이 그려지는지 그저 보고 싶었나 봅니다.

매번 똑같거든요. 삶이 흘러가는 방향성이.

적정선의 진정성이라고 해두죠.


어떤가요.

무엇이 진짜라고 여겨지나요.


값은 이 정도로 해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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