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의 여백

by Letter B






뚜껑이 없는 거대한 공장 안에 들어서 버렸다.


생기를 잃은 사람들은 부품처럼 걸음을 옮겼다.

거룩한 서행이었다.

나는 더 이상 멈춰 세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왈칵 눈물이 세어 나온다.

패전의 신호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상층 대기에나 볼 법한 맑은 코랄 빛의 블루가 높게 뻗어 있었다. 뛰어난 감각이다. 햇살은 곳곳으로 생기를 덧칠한다. 초록이 본 적 없이 반짝인다. 꽃잎을 덜궈 낸 가지는 열매를 맺기 위해 흐드러짐이 없다. 계절은 가을을 지나고 있었다. 아름답고 잔인한 갈망의 실현이었다.


그들이 바라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거리를 말없이 홀로 걷는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가생이에 놓인 꽃잎 한 점도 허투르게 놓이는 법이 없다.

그들을 이해하는 일이란 그러한 것과 같다.

곧은 얼굴이다. 부품은 쉼이 없다.


기계가 멈출 때까지 나는 이 공장 안의 비밀을 풀고자 다짐 한 적 있었다.

가느다란 숨처럼 삶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없었다.


나는 언젠가 인간이 일구어낸 푸르고 생기 가득한 거리를 거닌 적이 있었다.

자연은 그에 보답하듯 경이롭고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했다.


나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점점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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