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태는 무척 양호합니다.
컨디션도 무난하군요.
그런데 문제가 무엇입니까?
두 눈을 꿈뻑이던 그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의사의 말이 끝나고도 그녀는 한참이나 소파에 머리를 기댄 채 허공을 응시한다.
그녀의 생각에도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는 너무도 쉽게 충족됐다.
놀랍게도 그러한 사실은 그녀에게 무력감을 안겨줬다.
저는 시종 죽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걸음을 돌리며 전한다.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생명력 넘치는 기록을 두고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녀가 적어낸 글은 살아있다.
그러나 글에 삶과 향이 배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이는 없었다.
그녀는 체념한 듯 사람을 좇지 않는다.
지각한 것을 기록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볕의 온도를 기록하기 위해 볕의 농도를 한참이나 관찰하죠.
바닥은 매끄럽지 않아요.
사물의 본질을 잃은 지 오래죠.
볕이 닿은 자리를 기억하기 위해 저는 수개월을 거슬러야 했습니다.
당연한 듯 따라오는 표정과 반응이 거슬린다.
거슬리는 것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생리다.
누구도 지적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일을 알리는 것에 3년을 허비했다.
제복을 입은 이가 한심한 듯 혀끌을 끌끌 차며 지나간 시간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리를 거스르는 것은 3개월이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씁쓸함을 읽기라도 한 듯 명치 아래 켠이 아려온다. 왼쪽 입꼬리가 자연스레 오른다.
평균치에서 약간 높은 기준에 맞추어진 모양새는 볼품없다.
톱니바퀴처럼 생이 맞물려 돌아간다.
완고한 질서를 맞이한 이들의 얼굴엔 근심이 없다.
나는 이제는 낡아버린 자켓을 어깨에 걸치고는 계산기를 두드려 값을 묻는 것이 먼저였다.
우리의 허기는 생각보다 초라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