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나는 익숙한 듯 수긍했다.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낯익은 얼굴이었다.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날파리를 맨 손으로 때려 잡는다.
신체 곳곳에 생긴 흉터에도 흔한 크림, 그러니까 비상약 하나 얻지 않는다.
발목이 근질거린다.
그는 게의치 않고 발목을 조여온다.
감촉에 비해 개운치 않은 압력이다.
나는 까만 벽을 응시한다.
방 안을 서성이는 것들의 머릿 수는 더이상 헤아리기 어려웠다.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언어는 여러 사유를 근거로 교류되지 못했다.
침묵 속에서 복종만이 오직 한 곬으로 근사하게 발현될 뿐이었다.
그는 통제하지 않았다.
그것은 서글픈 일이었다.
나는 수감중이었다.
방 안 곳곳에 표류하는 보이지 않는 결계가 그 증거였다.
설명하기 복잡한 것이었다.
무례하다고 여겨졌다.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날파리를 맨 손으로 때려 잡는다.
무례하다고 여겨졌다.
어느 사이에 가벼워진 발목을 이리저리 살핀다.
상흔 하나 발견하기 어렵다.
방 안을 서성이는 것들의 머릿 수는 더이상 헤아리기 어려웠다.
수감된 이는 나 혼자였다.
나아질리 없는 체증이었다.
- 누가 고른 건가요?
기이하리 만치 나를 잘 아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