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방문을 기억한다.
그것은 이렇다 할 고집이라곤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낯을 가리는지 이렇다 할 인사 없이 제 옷을 찾는다.
밤잠을 설친 듯 창백한 얼굴을 내세우고는 말이다.
준비한 것 없이 방문한 빈 손이라고 했다.
괜찮다고 전했다.
옷을 꺼내 두었다.
구김 하나 없이 다려진 반듯한 검은색이었다.
그녀는 옷을 소화하는 일이 아무래도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몸에 맞추기에는 갑갑한 옷이었다.
두 어번 투정이 나올법한 것이었다.
싫은 내색 한 번 없다.
나는 반듯하다 하였다.
그녀는 게의치 않았다.
옷은 재단이라도 한 듯 꼭 맞았다.
작은 스튜디오를 찾은 객이라고 하기엔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편한 웃음 한 번 내보이지 않는다.
- 철저하시군요.
가시돋힌 말이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갈아입은 옷으로 멀끔하게 돌아왔을 땐 조금 야윈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