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의 ‘보기만 하는 사랑’
하루가 멀다 하고, 날이면 날마다 이어지는 시어머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정신없이 하루를 버티듯 보내던 때였다.
나 홀로 육아로 아기를 안고, 먹이고, 재우고, 씻기며 시큰시큰하던 손목은
어느새 ‘손목이 없으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아파와 있었다.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지만 아기를 데리고 진료를 보는 일은 쉽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은 또 미뤄지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지금 출발한다”라는 전화 한 통과 함께 시어머님이 찾아오셨다.
어머님은 늘 아기를 봐준다며 나에게 밥을 먹으라고 했다.
나는 서둘러 밥을 먹고, 급히 설거지를 마친 뒤 돌아왔다.
그 사이 어머님은 아기와 놀아주고 계셨다.
아기를 흔들며 놀아준 탓에 상하복이 흠뻑 젖을 만큼 토를 했지만
옷은 갈아입히지 않은 채였다.
밥을 다 먹고 돌아온 나를 보며 어머님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가 토했으니까 갈아입혀라~”
당황한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머님, 아까 토한 것 같은데… 토하면 바로 갈아입혀주셔야 해요.”
그러자 어머님은 기가 찬 얼굴로 되물었다.
“내가? 내가 갈아입혀?”
어머님은 아기 목욕도, 밥 먹이기도, 옷 갈아입히는 것도 본인은 못 한다고 했다.
남편과 도련님을 어떻게 키우셨냐는 내 질문에 어머님은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안 해서 그래. 그래서 손녀도 못 본다.”
손목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고 나는 잠시 한의원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집에 계시던 어머님이었기에 한 시간쯤은 충분히 봐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에 어머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나 혼자? 애 울면 어떻게?”
나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안아주시면 되죠.”
그러자 어머님은 더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내가 안아? 나보고 아가를 안으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시 말이 없던 어머님이 말했다.
“그럼 나가기 전에 애 재우고 가라.”
나는 아기를 재우고 병원에 다녀왔다.
그날은 어머님이 처음으로 아기의 낮잠을 허락한 날이었다.
병원에서 돌아온 나는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데 잠들어 있던 어머님이 나를 보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야~ 엄마 왔네? 일어나~”
아기가 깰 기미가 없자 형광등까지 켜 불을 밝혔다.
아기는 결국 잠에서 깨 울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아기를 안았다.
그때 어머님이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어때? 다 나았어?”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진료로 이 모든 통증이 사라질 수 있다면,
그곳은 병원이 아니라 신이 내려온 자리였을 것이다.
울면 안고,
토하면 닦고,
잠들면 숨죽여 지켜보다가
깨우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역할.
아기의 울음은 내 몫이었고,
아기의 피로도 내 책임이었으며,
아기의 밤은 고스란히 내 몸 위에 얹혔다.
누군가는 사랑만 하면 됐고,
누군가는 돌봄의 무게를 전부 감당해야 했다.
그 사랑은 손에 묻지 않는 사랑이었고,
허리에 남지 않는 사랑이었으며,
밤을 건너지 않아도 되는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밤을 건너는 동안
아무도 내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집에서 육아는 철저히 내 몫이었고,
나는 항상 있어야 했지만 절대 쉬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이 그날, 형광등 아래에서 아기를 다시 안아 들던 순간
너무도 선명하게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