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사랑

그저 견뎌야 했던 시간들

by 톡소다

그 집에서 나는 늘 아기를 안고 있었고,
어머님은 늘 아기를 보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시고, 하루에 세 통씩 전화를 하시던 어머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뒤돌아서면 아가가 보고 싶어. 자꾸 생각이 나.”


그 말은 애정처럼 들렸지만, 그 애정은 늘 나를 통과해 갔다.
아기를 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나를 거쳐야만 충족되는 구조였다.


전화는 하루 세 번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

마치 출석 체크처럼


아침 전화의 시작은 늘 같았다.
아기가 무엇을 먹었는지.


나는 아기 대신 아기 목소리를 흉내 내며 대답했고,
질문은 자연스럽게 남편에게로 옮겨갔다.


“○○이는 뭐 먹었어?”


남편은 전날 회식으로 늦게 들어와 아침마다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했다.
대부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집을 나섰다.


그럼에도 어머님은 며느리가 아들에게 무언가를 꼭 먹여 보내야 한다고 하셨다.


“네가 남편 출근 준비할 때마다, 떡 한 입 쏙~ 넣어줘.”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기 이유식을 준비하며 손목이 욱신거리던 바로 그 시간에,
출근 준비를 하는 성인 남자에게 아기처럼 음식을 넣어주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어머님, 아가도 아니고 제가 출근 준비하는 남편을 따라다니며 입에 넣어주라는 말씀이세요?”


어머님은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응. 입에 넣어주면 뭐라도 먹고 갈 거 아니야.”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집에서 돌봄은 늘 나의 기본값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어머님은 아침마다 전화를 걸어 나와 남편에게 각각 무엇을 먹었는지 물으셨다.
서로의 대답이 다르면 왜 말이 다르냐고 다시 확인했다.


우리는 결국 아침마다 무엇을 먹었다고 미리 말을 맞춰야 했다.
사실보다 중요한 건 어머님의 안심이었으니까.


시간이 흐르고 이 질문에서 벗어나고 싶어진 남편이 그만 전화해 달라고 말했고,

그제야 아침 전화는 멈췄다.


하지만 날이면 날마다 이어지는 방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지쳐가던 어느 날, 잠든 아기를 깨우는 어머님께 나는 처음으로 말했다.


“아기가 잘 때 저도 쉬어야죠. 저… 힘들어요.”


그 말은 원망도, 항의도 아니었다.
숨이 막혀 새어 나온, 고백에 가까운 말이었다.


어머님은 평소처럼 지내다 돌아가셨고, 곧 남편에게 전화를 하셨다.


“나 이제 너네 집에 안 간다.”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다고 했다.


퇴근한 남편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고,

나는 설마 이 일 때문이겠어, 생각하며 그날의 일을 전했다.


남편은 말했다.


“별일 아니네.”


하지만 그건 별일이 아니었다.


어머님은 크게 화가 나셨고, 며느리가 그런 말을 했으니 다시는 아들도 며느리도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주말에 찾아가 사과했지만 며느리의 얼굴은 끝내 보지 않으셨고,
아들이 대신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겨우 상황이 정리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일 이후 어머님은 우리 집에 오고 싶어도 선뜻 오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제가 갈게요. 보고 싶으실 때 전화 주세요.”


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우리 집으로 오시던 일은,
일주일에 서너 번 내가 아기를 데리고 어머님 댁으로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좁은 집에서 언제 가실지 몰라 숨죽이던 시간 대신,
내가 가겠다고 결정하고 내가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숨이 쉬어졌다.


사람들은 말한다.
“헉! 일주일에 서너 번이나? 그렇게 자주 보면 힘들겠다”라고.


하지만 예고 없이 찾아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가던 시간을 겪어본 나에게
이 정도 거리감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숨구멍이었다.


같이 있어도 나 홀로였던 육아는 이렇게 형태만 조금 바뀌었을 뿐,
끝내 사라지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남편은 일과 술자리로 늘 바빴고,

도와주기는커녕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드는 시댁과

나는 아기를 안고 혼자서 하루를 버텼다.


누군가는 곁에 있었지만 아무도 함께하지는 않았고,

나는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견디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도움을 바라지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자리에서
그저 혼자 버티는 사람이 되어갔다.


강해서 버틴 게 아니라, 그저 선택지가 없어 견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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