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뻘 소리에 늘 허허실실 웃던 병히가 어제는 정색을 했다. 우리 부부의 최애 프로 '나는 솔로'속 11기 출연자 영철때문에.... 난 병히를 앉혀놓고 왜 결혼 후 애둘을 낳고 티브이로 이상형을 발견한 것인지 하늘이 얄궂다며 한탄했다. 영철의 훤칠한 키와 넓은 직각 어깨, 감미로운 목소리를 찬양하며 막상 현실에선 저런 남자가 날 좋아해도 못 만난다고 심장 떨려 어떻게 만나겠냐고 침을 튀기며 주접을 떨었다. 주접을 좀 길게 떨었는데 병히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지더니 선 넘는 소리 아무렇지 않게 한다며 화를 냈다.
"야 짐 싸줄 테니까 영철이 일한다는 부산은행 찾아가! 스토커로 신고당하고 도와달라고 하기만 해 봐라!"
아차차.... 병히는 친구가 아니고 배우자였지. 스스로도 지나쳤다고 생각해 사과를 했다. 사과에도 병히는 단단히 기분이 상한 듯 평소 같으면 금방 풀렸을 텐데 씩씩거리더니, 이렇게 와다다 쏴 붙이기 시작했다.
"네가 나는 솔로 나가잖아? 남자들이 너 쳐다도 안 봐! 허스키한 걸걸한 목소리로 자기소개하면 뒤로 나자빠지겠지. 그리고 네 이름은 옥순을 기대하고 나온 순자! 빼박 순자야!"
아니 이 인간이.
"남자들이 선택 아무도 안 해줘서 고독 정식 먹으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징징대겠지. 짜장면 양념 입가에 묻은 줄도 모르고!"
어쭈, 이거봐라.
병히는 나를 까는 것에 신명이 났는지 참신한 개소리를 쉬지 않고 했다. 묵묵히 대꾸 없이 그의 말을 듣다가 입을 뗐다.
"이혼해. 나 돌싱특집 신청하게."
"....... 미안해 지속아."
'나는 솔로' 프로를 아이러니하게도 결혼한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한다. 자신보다 멋지고 예쁜 사람들이 짝을 찾겠다고 애를 쓰는 모습을 우월감에 휩싸여 연애고수인양 혀를 끌끌 차며 얼평에 훈수까지 가지가지한다고. 그 말에 뜨끔했다. 얼굴과 개인정보를 다 까고 절실하게 짝을 만나고자 용기 있게 나온 이들의 미숙함에 악평보다 응원을 전하는 게 어떨까.
나의 혈육 종부가 몇 달 전 모솔 특집에 신청 좀 대신해 달라고 했는데 국민 등신으로 낙인이 찍힐까 염려하여 하지 않았다. 순둥하고 진국이지만 센스와 눈치를 밥 말아먹어 욕을 처먹을게 뻔하기에 동생을 보호하고 싶었다. 그리고 꼭 자기 같은 캐릭터가 허튼짓을 해서 욕을 먹으면 재밌다고 낄낄 거리는데 매의 눈을 가진 누님이 봤을 때 종부의 행동도 도긴개긴 일터. (그래서 10기 영수님이 김치찌개로 수모를 당할 때 가슴이 아팠나)
각설하고 프로그램 속 청춘 남녀의 숨 막히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날것 그대로라 참 재밌다. 잘생긴 남자와 예쁘고 어린 여자가 인기를 독식하는 게 딱 소지구의 표본이랄까. 내 눈에 예쁘면 남의 눈에도 예쁜 법, 마음에 안 드는 이성과 엮기느니 선택을 포기해버리는 모습까지 완벽하다.
끝으로 나는 솔로의 출연자들을 응원하지만 개인적으로 11기 영철님의 커플 성사는 반대한다. 그냥......안됐으면 좋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