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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Sep 13. 2023

떠날 수 없는 대원 아파트

에필로그

  23년 2월 우리 가족은 대원 아파트를 떠나 꿈에 그리던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대원에서 쓰던 살림살이를 고대로 둔 채 사람만 빠져나왔다. 모든 게 새것으로 채워진 새집에 들어서자 지난 시간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병히에게 집을 보여주기 싫어 일부러 집과 정반대 방향에서 약속 장소를 잡았던 때도 누군가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인근의 다른 아파트 이름을 대기도 하고 학창 시절엔 친구와 하교할 때 집을 지나 엉뚱한 곳까지 갔던 그동안 버리지 못한 모든 기억들이 나를 따라 새집으로 들어왔다.

  대원 아파트를 팔지 않고 이사를 온 것이다. 우리 가족은 입이 떡 벌어지는 신식 시스템으로 가득한 새집에서 처음 써보는 인덕션에 버벅거렸고 보일러와 전등 켜는 스위치가 낯설어 헤맸다. 주방 수도꼭지는 무슨 영문인지 모가지를 터치해야 물이 나왔다. 서로가 이게 뭐냐? 이건 뭐지? 왜 이래?? 근 한 달을 새집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눈 감고도 척척 익숙했던 대원이 그리웠다.

  젊은 신혼부부로 가득한 신축 아파트에서 아빠 엄마가 최고령 입주민이었다. 온통 젊은 사람밖에 없다고 부모님은 왠지 모르게 서글퍼했다. 엄마는 이사를 왔어도 대원아파트 이웃 아줌마들과 여전히 만나 운동을 했다. 잠만 새집에서 잘 뿐 생활반경은 변함이 없었다. 새집에서 살면 행복할 줄 알았다. 편리할 뿐 왠지 행복과는 멀어진 기분에 사로잡혔다.

  소화가 필요했다. 내 안에 응축된 지난 세월의 이야기들을 글로 쓰고 싶었다. 많고 많은 사연들 중 소화가 된 몇몇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비로소 온전히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저의 초대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우리 집 진짜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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