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몸뚱이를 가리면 그만이요. 신발은 구멍만 안 나면 된다는 남다른 패션 철학을 가졌던 그때. 실상은 패션에 관심을 둬봤자 돈도 없는데 마음만 괴롭지 하며 애써 외면하고 지냈던 그 시절. 내게 굴욕을 안겨준 짝퉁의 추억이 있었으니....
스무 살이 되니 옷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껏 멋을 부린 동기들을 보자니 구질구질한 내 꼴이 부끄러워 브랜드를 살 돈은 없고 보세 옷 가게에서 옷을 서너 벌 사서 열심히 돌려 입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뒤에서 따라오던 별로 안 친한 동기가 내게,
"너 그 청바지 리바이스야??"
묻는데, 순간 당황해 어버버 대답을 못했다. 뒤에서 희미하게 들리던
"암만 봐도 저거 짭인데...."
동기의 혼잣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관심 없던 청바지 뒷주머니에 새겨진 자수로고를 집에 와서 찬찬히 살펴봤다. 누가 봐도 조악한 리바이스 짝퉁로고가 떡하니 새겨져 있었다. 알았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바지였다. 아무 옷이나 잘 입었지만 짝퉁은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일평생 과시욕 없이 살았는데 라바이스 따위가 뭐라고! 입을 바지가 정말 없었지만 그 청바지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추레할지언정 짝퉁은 용납할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노처녀 원장 학원 강사 시절에 목이 허전하여 홈쇼핑에서 목걸이를 하나 샀다. 검은색 클로버 목걸이로 디자인이 심플한듯 고급스러워 15만 원을 주고 구매했다. 택배로 받아본 실물은 더 예뻤다. 문신처럼 하고 다녔는데 주얼리학과를 나와 보석과 명품에 빠삭한 로렌쌤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거 짝퉁인 거 알고 하는 거죠 쌤??"
리바이스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 두 눈이 커지며이게 명품 디자인이냐고 물으니
"반클리프 아펠 대표 디자인 카피 제품이네요. 하이주얼리라 티파니보다도 비싸죠."
반클이 뭐? 세상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지도 죄가 되는구나. 민망함에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좋아한 클로버 목걸이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서랍장 속에짱박아뒀다.
그후 명품을 열심히 사모았다고 쓰고 싶으나 월급 백오십의 노예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내가 명품에 눈을 뜬 건 병히를 만나고부터였다. 연애 때 프라다 반지갑을 시작으로 병히는 기념일마다 백화점 매장에 데려가 명품을 사줬다. 후에 보란 듯 진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하고 로렌쌤을 만났을 때 흔들리던 그녀의 동공은참 재밌었다.
누군가 짝퉁을 하고 있을 때 난 그것에 대해 언급한 적 없다. 굳이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세상엔 과시욕으로 짝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무지성으로 하고 다니는 이도 분명있을 테니!
첫째 딸 출산 선물로 받은 목걸이. 셀러는 샤워할땐 풀어두라고 했으나 알게 뭐야 그래봤자 목걸이지. 함부로 막 쓰는 일상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