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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린 Jan 26. 2024

ep9. 가사분담

맞벌이 부부의 흔한 고민

나도 하기 싫고, 너도 하기 싫지만 우리 둘 중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

우리는 그걸 집안일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완벽한 가사분담이 필요할까?


요리, 설거지, 장보기, 바닥 청소, 빨래 널기,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등등등

온 집안 구석구석 사람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으니 맞벌이 부부라면 가사분담이 필수 불가결 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한석봉 엄마(난 떡을 썰 테니, 넌 글을 써라.라고 말씀하신 분)도 아니고 딱 잘라서 내가 이걸 하니, 너는 이걸 해라. 식의 스텐스는 곤란하다.


종종 가사의 양에 있어서 분명히 선을 그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곤 오직 부부사이 전쟁이 아닐까.

까딱하단 부부사이가 남북한 보다도 더 멀어질 수 있겠다.

비록 한국 땅은 삼팔선으로 정확히 반 갈라졌어도 가사분담은 그렇지가 못해요.


내 생각은 그렇다.

요리 잘하는 사람은 요리를, 빨래 잘 개는 사람은 빨래를.

각자 서로가 잘하는 분야를 도맡아서 하고, 서로 하기 싫어 미루고만 싶은 일(음식물쓰레기 버리기, 하수구 청소 등)은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면 좋겠다.

그게 신경전 안 벌이고 빠르게 집안의 평화를 쌓아 올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짝꿍과 나는 이 방법을 취하여 집안의 청결과 평화를 동시에 유지 중이고.


참고로 이때 평화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두 가지 있는데, 알려드리자면


첫 번째는 잔소리 금지.

일단 각자의 역할이 정해졌으면 행여나 상대가 해 놓은 결과물이 불만족스럽더라도 절-대 터치해선 안된다.

이걸 왜 이렇게 했느니, 저건 저렇게 해야지..

댓츠 노우노우~!

청소기 지나간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는 머리카락이 영 거슬린대도 상대에게 핀잔을 던지는 대신 말없이 머리카락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난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두 번째는 한사코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 금지다.

집안일은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이 조금 더 하고, 지저분한 걸 못 보는 사람이 조금 더 하면 된다.

아등바등 나눠 놓은 대로만 ‘나는 이만큼이나 했는데 너는 왜 이것밖에 안 해?‘라는 생각은 너무 위험하다. 아니, 쪼잔하다.

과연 가사분담이 서로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함인지,

아니면 내가 조금이라도 더 하는 걸 못 견뎌 만들어낸 묘수인지 잘 생각해 보시길.

결혼은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괜찮다 느껴지는 사람과 하라는 명언이 있다.

부부사이에 너무 계산적인 마인드는 결국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 뿐이다.


무릇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랄 때는 반드시 실망이 돌아오는 법.


가사분담을 대하는 가장 좋은 마인드는 너는 쉬어라, 내가 모든 걸 다 할 테니.이다.

상대에게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고, 또 떠넘기지 않고, 어차피 나 혼자 해야 할 일 상대가 도와주니 참으로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면 싸울 일이 없다.


-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 나의 소원은 세계평화인 평화주의자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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