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길가엔 소복히 내린 하얀 눈 꽃이 피어올랐다.
겨울이 아름다운 이유는 설경 때문이리라. 생각하며 나는 넋을 놓고 잠시 풍경을 감상했다.
나는 겨울을 싫어한다.
손 시린 추위가 눅진한 더위보다 견디기 힘들어서.
모든 생명력을 앗아간 듯 휑한 나뭇가지가 아주 쓸쓸해 보여서.
내릴 땐 참 예쁘지만 얼어버리면 발걸음을 붙들어 오도 가도 못할 눈 때문에도.
그럼에도 오늘 내린 눈꽃이 참 예쁘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나무 위에 포근하고도 아늑하게 덮인 눈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니 어쩌면 겨울은 썩 괜찮은 계절일지도.
어쨌든 눈은 녹으면, 봄이 되니까.
모두가 사랑하는 계절 봄에 우리는 결혼한다.
뜨거운 여름에 처음 만나 선선한 가을, 추운 겨울, 따뜻한 봄을 지나 다시 여름 또 가을.
그 모든 계절을 거쳐 맞이한 오늘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봄이 오기 직전의 겨울이다.
사계절을 한 사람과 보냈다.
걸어도 걸어도 손 끝이 시리지가 않은 봄에 산책을 나갔고,
큰 달 아래 귀뚜라미 울리는 소리만 들리는 여름밤에도 걸었고,
낙엽이 떨어진 길을 바스락 소리를 내어가며 가을에도 우리는 걸었다.
겨울은 추우니까 손을 잡고 뛰었다. (ㅎㅎ)
어떤 계절도 아름답지만, 그 어떤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은 네가 내 곁에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하며 나는 이 글을 쓴다.
우리가 손을 잡고 오래도록 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