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파티의 주인공은 나야, 나

내가 주인공인 파티

by 소담



이 글은 반려견인,
라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입니다

【 내 이름은 라울, 나는 반려견이다 】
2부-웃음과 사건이 있는 일상
여섯 번째 이야기-파티의 주인공은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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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이 흐르기 시작하면, 이미 알고 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이 나라는 걸.

“징글벨~ 징글벨~” 흥얼거리며 꼬리를 살짝 흔들면, 거실 공기마저 달콤하고 설레는 냄새로 가득 찬다.

우리 집의 연중 최대 이벤트인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는 신호다.


이 파티는 6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바쁘게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한 번쯤은 모여 웃고 먹고 대화할 수 있는 날을 만든 거다.

그 후로는 사촌 형과 누나, 그리고 그들의 연인들까지 합쳐 해마다 열두 명 남짓이 모였다.


드레스 코드는 해마다 바뀐다.

초록·빨강 앞치마를 맞춰 입었던 해, 반짝이는 산타 머리띠를 썼던 해, 빨간색 양말을 신었던 해…

그 속에서 언제나 빛나는 건 나였다.

초미니 산타 모자에 붉은 스카프를 두른 순간, 방 안은 곧 “어머, 세상에!” 하는 탄성으로 가득 찬다.

포토존에서 얌전히 앉아만 있어도 시선은 모조리 내 차지다.


단 하나 아쉬운 건, 아직도 나만의 와인은 없다.

가족들이 와인잔을 부딪칠 때, 나도 “짤랑” 하고 함께 축배를 들고 싶다.

하지만 내 몫은 초록색 리본으로 묶인 뼈다귀 간식뿐이다.

물론 뼈다귀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모든 아쉬움은 사라진다.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그날의 행복은 혀끝에서부터 번지기 시작한다.


파티 준비는 두어 달 전부터 시작된다.

너무 일찍 서두르는 것 같지만, 워킹맘인 윤 집사에겐 시간을 쪼개 써야 하기에 일찍부터 분주하다.


거실 바닥에 앞치마를 만들 원단이 펼쳐지면 나는 재빨리 그 위에 드러누워 응석을 부린다.

굵은 리본이 보이면 사각사각 발로 굴리다가, 윤 집사가 “라울~” 하고 부르면 그게 ‘같이 놀자’는 말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잘 안다.

포장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가위질의 ‘슥슥’ 하는 리듬이 음악처럼 들린다.


형. 누나들에게 줄 선물 포장이 끝나면 주방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작년 메인 메뉴는 다양한 회초밥이었다.

싱싱한 생선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지만, 내 몫은 없었다.

처음엔 서운했지만, 이제는 그 기다림마저 크리스마스의 일부다.

올해는 어떤 음식을 담아낼지 궁금하다.

그게 어떤 음식이든 또 내 코앞에서 맛있는 향만 남기고 사라지겠지만, 그것도 괜찮다.

그 냄새를 맡으며 식탁 주변을 맴도는 것도 나만의 의식이니까.


멀리서 방문하는 누나들이 현관문을 들어서면 탄성이 폭죽처럼 터진다.

나는 카메라 앞에서 어떤 각도가 예쁜지도 잘 안다.

왼쪽 귀를 살짝 접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면 ‘심쿵샷’이 완성된다.

셔터 소리와 손길, 웃음소리가 마음을 한껏 부풀린다.


평소엔 품위를 유지하며 포즈를 멋있게 취하지만, 몇 해 전 풍선이 ‘펑!’ 하고 터졌을 땐 품위고 뭐고 순식간에 달아난 적도 있다.

그날 나는 거실 한 바퀴를 전력질주한 뒤, 윤 집사의 품으로 숨어버렸다.

가족들은 웃느라 눈물을 닦았고, 나도 결국 간식 한 입에 겨우 마음을 풀었다.

그런 해프닝마저 파티의 일부가 된다.


누군가 “남의 생일에 왜 파티를 하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우리 집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를 축하하며 위해주는 날이다.

누구의 날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두의 날이 되는 시간이다.


손수 만든 음식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모양이 조금 어설퍼도, 맛이 조금 덜해도 괜찮다.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가 진짜 메인 메뉴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가볍게 대화를 나눈 후, 형과 누나들은 게임을 시작한다.

병뚜껑 멀리 보내기, 초성 퀴즈, 모두의 마블…

웃음소리가 천장에 부딪혀 다시 내 귓가에 머문다.


가끔은 내가 게임판 위를 휙 지나가 말아버려 판을 엉망으로 만든 적도 있다.

그럴 땐 모두가 “라울이 반칙!” 하고 외치지만, 그마저도 장내를 더 뜨겁게 만든다.

내가 이 집의 공식 ‘게임 방해하기’ 선수라는 사실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파티의 끝은 언제나 잔잔하다.

음악이 흐르고, 한 해의 기쁨과 아쉬움을 나누며 서로를 칭찬하고 위로한다.

다음 해의 바람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단단히 묶기도 한다.

어느 해는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해 주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대견하다며, 아빠가 조용히 눈물을 보인적도 있다.

내 눈에도 형. 누나들의 서로를 위해주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그 순간, 이 온기와 웃음이 형과 누나들의 삶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매년 함께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오래도록 기억될 따뜻한 울림을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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