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싫어도, 그 손길은 참 좋아한다
이 글은 반려견인,
라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입니다
【 내 이름은 라울, 나는 반려견이다 】
2부-웃음과 사건이 있는 일상
일곱 번째 이야기-목욕하는 방법을 알려줄게
나는 몸무게 10kg으로, 살짝 과체중이다. 그래서일까, 윤 집사와 누나가 나를 목욕시킬 때면 매번 숨이 가빠진다. 물론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목욕이란 건 단순히 물로 씻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준비와 세심함, 그리고 인내가 함께 들어가는 작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아기였을 때는 손바닥 위에 올려둘 만큼 작았다. 그 작은 몸을 처음 씻기던 날, 가족 모두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허둥댔다. 영상을 찾아 공부도 했다는데, 물 온도 맞추기부터 거품 헹구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목욕이 끝나면 모두 탈진 상태가 될 정도였다. 지금은 익숙하게 잘 마무리하지만, 그때 배운 건 한 가지였다. 목욕의 절반은 ‘준비와 마무리‘ 였다.
목욕의 시작은 물이 아니라 준비 과정인 빗질이다. 윤 집사는 강아지 전용빗으로 천천히, 마치 목화솜을 다루듯 엉킨 털을 풀어준다. 특히 겨울에는 털이 길어져, 하루 전 미리 풍성한 겉털부터 가볍게 빗어두기도 한다. 짧은 털을 뭣하러 하루 일찍 빗겨둘까 싶지만, 털이 워낙 가늘고 촘촘한 데다 어르고 달래면서 빗기다 보면 한참이 걸린다. 강아지 털은 물에 젖으면 큐티클이 열리면서(사람 머리카락과 똑같다) 마찰력이 커져, 작은 털뭉치도 더 단단한 ‘돌덩이’가 된다. 그렇게 뭉친 털을 목욕 후 빗질하면 피부가 잡아당겨져 따끔거린다. 심하면 피부가 빨개지거나 상처가 난다. 이건 당해본 자만 아는 통증이다. 특히 항문 주변, 발 사이, 귀 뒤처럼 예민한 부위는 더 세심하게 빗겨야 한다. 심하게 엉킨 경우는 미용으로 부분 컷을 하고 시작하는 게 낫다.
다음은 항문낭(항문샘) 짜기다. 위생 관리의 숨은 핵심이다. 내 친구 쫑이는 이걸 방치했다가 염증이 생겨 수술대에 올랐다. 항문낭은 항문 바로 아래, 어른 손톱만 한 주머니인데, 분비물이 쌓이면 부기와 통증이 온다. 처음엔 위치 찾기가 어렵다. 항문 바로 밑을 잡아 살짝 위로 밀면 노란 액체가 나온다. 냄새? 음…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카레’쯤으로 해두자. 윤 집사는 항문낭을 겨우 찾아 밀어 올리다가 분비물이 얼굴에 튄 적이 있는데, 그날의 표정은 마치 근사하게 차려진 식탁 위로 천장이 와르르 무너진 순간 같았다.
목욕 후 마무리 과정에서 귀 속 털을 뽑는 건 미용이 아니라 건강이다. 강아지 귀는 습기가 차기 쉽다. 털이 많으면 물과 세균이 안에 갇혀 염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나 같은 푸들은 귀가 폭 덮여 있어 더 취약하다.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이면 거부감이 없다. 나도 첫 병원 진료 때 의사 선생님이 “귓속 털은 어릴 때부터 뽑아줘야 나중에 편하다”라고 알려주신 덕에 지금까지 문제없다. 내 친구 다롱이는 귀 건조를 소홀히 했다가 외이도염으로 고생했다. 결국 재발 방지를 위해 매번 꼼꼼히 말린다고 했다.
목욕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진짜 목욕이 시작된다. 몸 전체를 감쌀 수 있는 대형 타월을 준비하고, 물 온도는 겨울 아침 햇볕에 데워진 돌처럼 따스할 정도면 적당하다. 털을 물에 적시기 전, 항문낭을 먼저 짠다. 털이 젖으면 표면이 미끄러워져 짜기가 어렵다. 엉덩이 부분 발과 다리, 그리고 몸, 목, 얼굴 순으로 적신다. 강아지 전용 샴푸를 손에서 충분히 거품 내,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문질러 준다. 눈·코·입 주변은 가볍게 씻고,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한다. 헹굴 때는 얼굴, 몸 그리고 다리 순으로, 적실 때와 반대로 한다.
목욕이 끝나면 내가 먼저 ‘쉐이킹’을 시도하기 전에 타월로 가볍게 감싸 물기를 닦아 주어야 한다. 드라이어는 시원하거나 미지근한 바람으로, 귀 속까지 골고루 말리되, 너무 뜨겁거나 가까이에서 말리는 건 금물이다. 몸까지 다 말렸다면, 추가로 할 일은 이렇다. 귀 속 털을 제거하고, 발톱을 깎아 준다. 나처럼 발톱이 까만 경우에는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잘라주면 된다. 다롱이처럼 혈관이 보이는 투명한 발톱일 경우, 붉은빛이 보이는 곳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르면 된다. 깎은 발톱은 네일 파일로 다듬어 주어야 피부 긁힘을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빗질을 하고 폭풍칭찬과 함께 간식으로 마무리한다.
솔직히 말해, 목욕을 좋아하는 강아지는 드물다. 하지만 윤 집사처럼 “잘했어”를 연발하며 쓰다듬어 주니, 나도 목욕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그 순간 나는 대단한 강아지가 된 듯 고개를 치켜든다. 목욕할 때뿐만 아니라 다정한 그 손길이 참 좋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지만, 나도 춤추게 한다. 어쩌면 이 시간은 털을 씻기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깨끗하게 만드는 의식인지도 모른다. 따뜻한 물이 스며드는 동안, 우리는 그렇게 조금 더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