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편지
이 글은 반려견인,
라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입니다
【 내 이름은 라울, 나는 반려견이다 】
5부-작별과 마무리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마지막 편지
오늘은 조금 다르게, 이야기를 시작하려 해.
혹시 깜짝 놀랄까 봐 미리 말하지만, 이건 ‘안녕’이 아니라 ‘다시 만나자’에 가까운 이야기야.
그동안 내가 가족들 곁에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가족들이 어떻게 살아가길 바라는지, 그 마음을 조금 정리해 남기고 싶어.
나는 태어날 때부터 너희의 라울이었고,
매일 아침 너희가 “라울, 잘 잤어?” 하고 웃으며 불러주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어.
그게 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알람이었지.
햇살이 커튼 틈으로 스며들어 내 눈꺼풀을 간질이고,
윤 집사가 감긴 눈으로 나의 온몸을 스트레칭해 줄 때,
누나가 나를 번쩍 안아 올려 볼을 비빌 때,
아빠가 지그시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때,
형이 내 곁에 와서 누우며 눈을 맞춰줄 때,
나는 알았어. 오늘도 내 하루는 너희와 함께라는 걸.
기억나?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산책 대신 윤 집사 무릎 위에 올라앉았던 일.
창문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톡, 톡’ 하고 울릴 때,
그 리듬에 맞춰 윤 집사의 손끝이 내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지.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온기를 나눠주던 그 순간.
그 부드러운 리듬은 내 기억 속에서 가장 포근한 자장가야.
또 한 번은, 여름 새벽 체육공원에서 뛰놀던 날이 떠올라.
이슬이 발바닥에 톡톡 튀고, 풀잎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어.
멀리서 누나가 손을 흔들며 부르자, 나는 바람보다 빠르게 달려갔지.
그 웃음소리가 내 귀에 꽂히는 순간,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자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알았어.
사람들은 종종 묻더라.
“라울아, 강아지로 사는 건 어때?”
나는 웃음으로 대답했어.
강아지로 사는 건, 하루하루가 선물이야.
그리고 그 선물을 풀어주는 사람이 바로 너희였어.
혹시 내가 없는 집이 너무 조용해진다면,
그건 내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희가 서로를 더 위해줘야 한다는 신호야.
윤 집사는 설거지를 하다 창밖을 한 번씩 바라보겠지.
누나는 현관문을 열며 습관처럼 “라울아!” 하고 부를지도 몰라.
그럴 때면, 대답 대신 내가 남기고 간 작은 것들을 떠올려줘.
볕 좋은 거실 한편의 내 쿠션이 있던 위치, 소파 틈에 끼어 있는 털 한 올,
그리고 너희 마음속에 심어둔 나를.
이별은 슬픈 단어지만, 사실은 예의이기도 해.
그동안 함께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거든.
내가 떠난 자리에 빈틈이 생긴다면,
그건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뜻이야.
그러니 울어도 돼. 울다가 웃어도 돼.
하지만 오래 울진 마.
나는 너희가 다시 웃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언젠가 나는 너희와의 마지막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겠지.
그날이 오면, 나를 꼭 안아줘.
아무 말 없이, 우리가 평생 나눈 모든 마음을 그 품 안에 담아서.
그리고 “잘 가” 대신 “다시 만나자”라고 말해줘.
왜냐하면, 나는 믿거든.
사랑은 시간이나 거리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걸.
너희와 나를 이어준 건 마음이었으니까.
혹시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또 너희를 찾을 거야.
모습이 달라져도, 목소리를 듣는 순간, 냄새를 맡는 순간, 단번에 알아볼 거야.
그때도 오늘처럼 너희 곁에 앉아,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아, 집에 왔구나’ 하고 생각하겠지.
그러니 부디, 남은 날들을 나처럼 살아줘.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받고,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바라봐 주고,
가끔은 멈춰 서서 바람 냄새를 맡아줘.
그게 내가 너희 곁에서 배운 가장 큰 지혜야.
그리고 기억해 줘.
나는 떠나는 게 아니라, 너희의 기억 속에 더 깊이 자리 잡으러 가는 거라는 걸.
언제든 웃으며 불러.
그러면 나는, 꼬리를 흔들며 달려올 거야.
보이지 않아도, 너희는 알 거야.
그게 나라는 걸.
너희의 라울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