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 걸까?

순간을 놓치며 달리는 사람들

by 소담



이 글은 반려견인,
라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입니다

【 내 이름은 라울, 나는 반려견이다 】
4부-삶의 태도와 개똥철학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 걸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것일까?

아침마다 느끼는 의문이다.


나는 해가 뜨면 코끝을 들어 새 공기를 맡고, 꼬리를 흔들며 윤 집사를 향해 달려간다. 나의 하루는 단순하다. 먹고, 놀고, 자고, 다시 일어나 산책을 나가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하루는 늘 복잡하다. 시간표에 쫓기듯 움직이고, 뭔가를 해내야만 한다는 듯 허겁지겁 달린다.


누나는 언제나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두꺼운 책을 쌓아두고 형광펜을 들고, 종이에 빼곡히 글씨를 적는다. 한 번 집중하면 나를 쳐다보는 시간조차 줄어든다. 나는 옆에서 공을 물고 와서 발 앞에 툭 떨어뜨려 보기도 하지만, 누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라울, 조금만 있다가 놀자”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조금만’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해가 지고 달이 떠도, 책상 불빛은 꺼질 줄을 모른다. 누나의 하루는 공부에 가려져 있고, 나는 그 빈틈에서 혼자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윤 집사는 더 바쁘다. 아침에는 가방을 두 개 들고 회사에 나가고, 저녁에는 집이 아니라 스터디카페로 향한다. 아침에 들고나간 가방 하나는 스터디 카페에서 사용할 아이패드가 든 가방이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일찍 일어나 도서관에 간다. “라울, 다녀올게.” 인사를 남기고 돌아서면, 나는 현관 앞에서 꼬리를 축 늘어뜨린다. 산책도, 놀이도, 대화도 모두 글쓰기에게 밀려난다. 윤 집사와 함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나는 점점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게 된다.


그렇다고 수행원이 한가한 것도 아니다. 주중에는 출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떠난다. 캐리어를 끌고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은 늘 분주하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수행원은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출장이 없는 날이면 나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고, 주말에는 긴 산책도 함께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역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가방 하나에 바쁨을 챙겨 다니는 사람, 그것이 수행원이다.


이렇게 보면,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은 바쁘다. 누나는 공부로, 윤 집사는 일과 글쓰기로, 수행원은 출장을 이유로. 그들의 바쁨은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내 하루를 비워 놓는다. 나는 가끔 현관문 앞에서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바쁘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내가 보기엔 삶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풀냄새를 맡으며 잠시 멈추고, 낙엽 위를 걷다 바스락 거림에 귀를 기울이고, 벤치에 앉아 햇볕을 느끼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단순한 기쁨을 놓친다. 항상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고, 채워야 하고, 앞질러 가야 하는 듯 달린다. 바쁨은 때로 필요하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리면 정작 중요한 것을 잃는다.


나는 윤 집사가 돌아와 바로 산책길에 나서면, 기분 좋게 따라나선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서로의 온기를 나눈다. 하지만 집사는 곧 씻고 잠자리에 들 준비로 분주하다. 나는 그 손길을 빼앗기고 만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진짜 잃고 있는 건 시간이 아니라 순간을 붙잡는 힘이 아닐까?


윤 집사는 말한다. 나이가 들어도 편안하고 품위 있게 사는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태도. 바쁘다는 이유로 눈앞의 기쁨을 밀어내는 대신, 작은 새로움을 환대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이 바쁜 이유는 어쩌면 닫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를 두려워하고, 잠시 멈추어 서기를 불안해하고, 해야 할 일로만 하루를 채우려 하기 때문에. 하지만 문을 열고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삶은 달라질 수 있다.


개똥철학이지만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사람들이 바쁘게 달리는 이유는 자신을 증명하려는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증명은 더 많이 달리는 데 있지 않다. 잠시 멈춰 풀 냄새를 맡고, 햇살 아래서 숨을 고르며, 지금 곁에 있는 존재와 눈을 맞추는 데 있다.


오늘도 나는 발코니에 앉아 있다. 누나는 공부하러, 집사는 글 쓰러, 수행원은 출장길에 바쁘게 나선다. 나는 잠시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본다. 바람은 여전히 향기롭고, 햇볕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 단순한 진실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것일까?

아마 그 답을 알기 전까지, 나는 오늘도 묵묵히 기다리며 그들의 빈틈을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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