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두 잔의 자몽티
어느덧 카페에서 일한 지도 반년이 훌쩍 넘었다.
커피를 내리는 손이 제법 익숙해졌고, 단골손님들의 취향도 하나둘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분주한 하루 속에서도, 어느새 카페는 내 하루의 한 장면이 아닌 '일상'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사장님이 내가 좋아하는 자몽티를 조용히 내밀며 말했다.
"잠깐 나와볼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햇볕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벤치에 마주 앉아 자몽티를 한 모금 마시려는 찰나, 사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2호점을 내보려고 해. 너랑 같이 해보고 싶어. 1호점은 네가 맡아주면 어떨까?”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믿어주고 기대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서 말이 막혔다.
같이 카페를 운영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던 일이라 얼떨떨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소식이 겹쳐왔다.
며칠 전, 오래 꿈꿔오던 분야의 회사에서 이직 제안을 받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두 개의 길이 동시에 내 앞에 놓였다.
한쪽엔 익숙하고 따뜻한, 사람 냄새나는 길.
다른 한쪽엔 아직은 낯설지만, 내가 그려왔던 미래의 조각이 기다리고 있는 길.
그날의 자몽티는 유난히 진하고 따뜻했다.
사장님께 솔직하게 상황을 말씀드렸고,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조심스레 부탁드렸다.
사장님은 늘 그렇듯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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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에 자꾸 맴도는 생각 하나.
지금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선택을 하든 진심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그 길은 결국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거라는 믿음.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다정한 기억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