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닐 때는 몰랐던 홀로서기의 애환 그리고 새로운 시각
학창 시절, 내 이름은 독특하기도 해서 친구들의 놀림을 종종 받곤 했다. 한자가 분명히 있는 이름이지만, 내 이름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글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은 "이름이 참 예쁘시네요"라는 칭찬을 해주면, 나도 모르게 괜스레 웃음이 지어지곤 하면서 '아니에요'라고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어렸을 때는 친구들의 치기 어린 놀림 때문에 성가시긴 했으나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이름도 독특하면서 어감도 나쁘지 않고 , 뜻도 '세상에서 큰 사람이 되어라'라는 것이어서 이름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유럽에서 갭이어 생활을 하면서도,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나의 인생 목표는 내 이름 석자만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이다.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도 힘이 들었고, 결심을 실행하기까지는 더더욱 힘이 들었다. 한국에서 아무런 도움도 없이 홀로 힘든 취업 , 8년여의 직장생활 그리고 결혼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생존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이름 석자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은 제갈량이 던졌다는 출사표 그 이상의 무거움을 함의하고 있음을 스스로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어렵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막상 홀로서기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결정했고 나름대로 실행하고 있지만, 현실은 매번 내가 원하는 것만큼 빨리, 쉽게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때도, 마케팅을 할 때도, 그 이외에의 일들도 직장생활만 했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 처음이기 때문에 어렵다.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막상 시작을 해서 현실에 부딪혀보니 시쳇말로 '현타'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매일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도 꽃은 피어나듯 '남의 일' 이 아닌 '내 일'을 한다는 성취감과 안될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뜻밖의 순조로운 진행이나 의외의 성과는 직장생활만 할 때는 느껴볼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이전의 익숙했던 삶과는 다르게 살고 있는 지금, 하루에도 수없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하고, 선택에 대한 후회도 할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 역시도 사람이기 때문에 마냥 좋을 수도 없고 마냥 안정적일 수 도 없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어떤 사람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런 나의 성향과 감정 자체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유 없이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쳤던 날, 밤에 우연히 보았던 어떤 분의 브런치 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불안과 가능성의 경계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청춘의 특권이라는 것을"
그 문구를 보는 순간, '그래, 나는 지금 내 이름 석자로 살아가기 위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이런 과정을 겪는 거고, 이 시절도 언젠가는 내가 너무 그리워하는 시절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힘들고 피곤한 마음이 눈 녹듯이 풀렸다.
내 이름 석자로만 살아간다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스스로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련 없이 끝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거북이의 느린 발걸음처럼 한 걸음씩 세상에 걸음마를 내딛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