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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문고 May 19. 2021

독립 일기(5)

소소한 일상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 나도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으려 했다. 자주 무기력하고 우울했지만 동네 카페를 찾아다니면서, 산책을 하면서 나는 행복하다고, 이 정도면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이라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확행을 누리는 동안 나는 내 감정은 애써 무시했고 혼자 있는 시간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공허했다. 내게는 일상이 늘 무거웠으니 소소하다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게 있어 ‘소확행’이라는 것은 아픈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견뎌 보려는 작은 발버둥 같은 것이었다. 혼자 있고 싶지 않은 집을 빠져나와 동네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혼자 몇 시간이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배달 음식을 먹으며 이불을 뒤집어쓴 채 드라마에 빠지기도 했고 괜히 꽃집에서 나를 위한 꽃을 사 보기도 했다.    


그 작은 몸짓들이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고 나는 내 마음이 어느 한 군데 고장 났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고 버티고 있구나. 머릿속은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고 마음으로는 과거의 후회를 담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 시간들을 겪으며 알게 된 것은 자립하지 못 한 사람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판단에 휘둘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간절히 원할수록 상대에 맞추고 싶어 지는 것은 당연하다. 나에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픈 일이니까.


자립하지 못했던 지난날, 나는 수많은 사람에게 나를 의탁했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최고의 '소확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건 소확행이 아니라 그저 평범에 속하고 싶은 집착이다.

     

나와 상대 모두를 위해 자립하고 독립하겠다 생각한 이후, 지금의 나는 혼자의 시간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찾지 않아도 나 혼자의 시간도 나만의 즐거움을 찾으며 차곡차곡 채워나간다. 억지 부리지 않고 자유롭게 흘러가는 시간. 애써 행복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연스럽게 나를 받아들이는 시간. 나는 그 시간들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것은 자립에서 시작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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