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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by 안온

신규매장 점장이 다음 주에 수술한다고 해서 걱정이 됐다. 오픈 준비에만 전념해도 정신이 없는데, 수술한다 하니 큰일이 있는 건 아닌지, 2주 뒤 오픈할 매장에

대해 영업적으로 차질은 없는지 등등 걱정됐다.


나의 이런 마음에 본인도 뭔가 그랬는지, 실은 아이를 지우는 수술이라고 말해줬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만난 지 3시간 만의 생판 모르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싶었다.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것 또한 나의 오지랖이었던 게 이미 카페에서 다량의 카페인 섭취 그리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개인사라 내부 보고는 하지 않기로 했으나 수술인지라 오픈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본인은 다 괜찮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다음 날부터 출근해서 일할 것이라 했다. 그 말을 듣는데, 과연 그게 그렇게 될까? 싶었다. 참 뭐든 쉽게 쉽게 생각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나의 아기천사는 어디서 그렇게 재밌게 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우울해졌다.


그것도 잠시, 역시나 수술하고 나서 연락두절이 됐다.

오픈 일주일 전임에도 매대는 썰렁했고, 영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매대 구성, 가격 세팅, 오픈식 준비, 판촉활동 등 뭐 하나 제대로 되어있는 게 없었고, 내가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해보자고 했음에도 본인 혼자 하겠다고 성질을 냈다. 갑질하는 것이냐고 말하면서.


무개념 친구와 더 이상 일을 같이할 수 없었다.

혹시나 휘말릴지도 모르는 법적분쟁에 대해 리스크 보고를 했다. 협박과 피해를 당한 건 난데, 그걸 증명해내야 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다.


이런 일을 겪고 또 헤쳐나가는 것도 부모 되기 위한 연습인 걸까? 하늘은 큰 행복을 그 사람에게 주기 전에, 그가 받을만한지 역량을 시험해 본다고 했다. 이 또한 그 시련의 일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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