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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Mar 19. 2022

과장이지만 여전히 일하는 법은 모르겠어요

입사 8년차인 나는 아직도 성과를 내는 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하는 업무를 '나 이만큼 했어요' 라고 자랑하는 것도 낯부끄러워서 하지 못하고, 누가 나를 칭찬이라도 해주면 '나 혼자 만든 성과도 아닌데, 내가 담당자라는 이유로 광을 파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점은 前 팀장님이 내게 자주 해주던 말이기도 한데, 사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쩌면 필수적인 역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묵묵히 일하는 주인정신은 그저 빛좋은 개살구일뿐인가요?


어쩄든 작년에는 여기저기서 낯부끄러운 칭찬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이 좋았다.

운이 따라줬던건지 내가 맡는 프로젝트마다 성과가 좋았고, 직책자들도 믿고 내게 위임해준 것도 많았다.

주변에서 도와준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할 정도로 많은 동료들 덕분에 승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진하면 과장이라는 직급에 걸맞게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또다시 무기력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작년에는 빠른 조직개편으로 인해 11월부터 '22년'이 시작한 것과 다름없을정도로 바빴다.

오죽했으면 '22년 1월에 새해 인사를 하면서, 벌써 한 3월쯤 된 기분인데 이제 1월이라니 끔찍하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 정도였다.


새로 바뀐 팀에서는 사실 내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작년에는 큰 프로젝트 3개를 도맡아서 했는데, 새로 후배들이 전입해옴에 따라 내가 가진 일을 2명에게 나눠줬다. 그래서 작년보다 일이 확 줄어, 여기서 오는 널널함도 '나 지금 뭐하는거지?' 라는 생각에 한몫했다.

바로 옆팀이랑 업무 구분이 명확하게 나지 않는 것들이 몇개 있는데, 이건 수년간 이어온 고질적인 문제다. 그래서 신임 팀장님도 업무 분장을 정확하게 가르마 타는 걸 어려워하시는 것 같다.


비슷한 일을 7년 넘게 하다보니 여기서 오는 루즈함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하고싶다' 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하루에도 다양한 사건사고가 몇번씩 터지고, 보고자료를 작성하고, 회의체를 소집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이 바쁜 느낌이다.

상무님 보고용 자료를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 자료조사를 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바쁜 것이 아닌, 단순 업무지식에 응답하고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판관비를 투입해서라도 메우는 식으로 반복되기에 재미가 없다.


일이 주는 보람을 느끼고 싶다

정말 치열하게 일하고 퇴근 후에 마시는 맥주 한잔이 짜릿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저 우리회사는 왜 이럴까, 다른 곳은 이번에 성과급이 000% 올랐다던데 우리는 안오르나, 같은 푸념섞인 술자리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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