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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Jun 01. 2023

결혼을 하면 인생 제 2막이 열리나요?

네 일일때는 모르던 것들이 내 일이 되면 와닿는 것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하니? 라는 어른들의 말이 있다.

이 말을 텍스트 그 자체로는 인지하지만 막상 가슴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직접 내가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바로 나다.


우여곡절 끝에 고비를 넘기고 결혼을 준비하기로 했다.

결국에 부모님을 설득해서 행복한 결혼을 했습니다- 까지는 아니다. 

부모님과 두어차례 더 부딪히면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기도 했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이 사람과 결혼해야하나? 싶은 생각도 여러 번 들었다. 괜히 하지 않아도 될 말로서 다른 이들을 상처준 것은 아닐까? 남들은 두 번도 하는 결혼인데, 나는 왜 한번도 이렇게 힘들까? 하는 자조적인 기분마저 들었다.


엄마는 신경 끄기로 한 듯하고, 여전히 아빠와는 데면데면하다.

이 사이에서 거리감을 좁히고 싶은데 괜히 했다가 중간에서 나조차 지칠까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다.

혹자는 이럴 때일수록 가운데에 끼어있는 내가 잘해야한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내가 끈을 놓아버리게 될까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도 어쨌든 서로가 서로의 새로운 가족이 되기로 했으니 가운데서 그 간극을 좁히는 일은 내가 주도적으로 해나가야겠구나라는 책임감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평소의 나는 정말이지 독단적으로 판단하며 살아왔구나 하는걸 느꼈다.

의사결정을 할 떄에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선택에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살아왔기에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일을 잘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아닐지라도 나는 다를 수 있으니까- 하는 쎈 자존심이 잠재의식 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걸 깨달았다. 좋은 결과로 보답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다른 누군가는 그 과정을 같이 공유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나는 의사소통 하는 법을 조금은 익히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함에 있어 한 뼘은 성장한 듯 하다. 왜 결혼 그리고 출산을 하면서 인생의 제 2막 그리고 제 3막이 열린다고 하는지 그 말 뜻을 아주 조금은 느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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