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걸까.
목표를 하나 이루면, 그다음 목표가 있었고, 그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또 다음 목표가 보였고, 사는 건 언제나 목적지는 보이지 않는 끝없는 퀘스트의 연속 같았다. 처음엔 그래도 한 가지 목표를 이루고 나면 뿌듯했다. 나 자신이 대견했고, 바쁘게 사는 것 같은 내 모습에 도취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문득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그런 류의 삶에서 행복감을 얻을 수 없었다.
그 무렵 나는 역류성 식도염과 불면증을 얻었다. 불규칙한 식사 습관과 과도한 카페인 섭취로 얻은 듯한 역류성 식도염은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꼭꼭 씹어서 삼킨다고 먹은 식사 뒤에도 음식물이 내려가는 게 아니라 자꾸만 위로 올라오는 듯한 증상에 토할 것 같아 메스꺼웠고, 양치를 할 때는 정말 음식물이 역류해서 토한 적도 있다. 불면증도 마찬가지였다. 머리를 가져다 대면 잠드는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아무리 자고 싶어도, 눈을 감고 있어도 잠에 들 수 없는 건 정말이지 괴롭다. 이러다 아침이 돼 해가 떠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고, 잠에 들지 않아 눈을 감고 애쓰는 그 순간에도 머릿속으로 수없이 원치 않는 과거를 회상하며 그 기억들과 싸우고, 자고 일어나도 전혀 개운하지가 않다. 오히려 기를 다 빨린 것처럼 더 피곤하다.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단순히 큰 병이 생겨야지만 건강하지 못하다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내가 그동안 눈 앞의 여러 결과들에 집착하면서 늘 긴장하고 살아왔던 기간 동안, 내 몸은 서서히 건강과 멀어지고 있었다. 큰 지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어느 날부터 한 끼를 먹고 소화시키는 것, 하루 밤 잠을 잘 자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일들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몸이 그렇게 망가지고 나서야 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 고민 끝에 내가 얻은 답은, 결국 삶을 만드는 건 가끔 있는 특별한 이벤트들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이라는 것이다. 그것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사람의 삶이 된다.
그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 또한 일상의 힘이다. 매일 루틴처럼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들이 평온해야 삶이 조금 흔들려도 버틸 수 있다. 일상이 흔들리지 않고 균형이 잡혀 있다면 조금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행복할 순간들이 많아진다. 밥솥에 새로 지은 밥이 잘 지어지면 행복하고, 찌개를 끓이고 간을 봤을 때 한 번에 그 간이 딱 맞으면 행복하고, 잘 자고 일어나 변함없이 맑게 떠 있는 아침 해를 마주하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행복을 느낀다.
내 꿈은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그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를 건강하게 잘 챙겨 먹고 잘 소화시키는 것, 하루가 끝나면 큰 고민거리 없이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좀 보다가 금세 푹 잠들 수 있는 것.
앞으로 이 매거진을 통해 잘 먹고 잘 자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하루하루를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