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에게 상처받는 이유

그 '당연함'에 대해 알고 자유로워지기

by 소단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은 가족이다.“


누구나 한번 쯤 들어본 말이다.

어쩌면 자신의 마음 속에서 들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이 말의 ‘당연함’을 이해할 때 우리는 더 나은 관계를 향해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태어나고, 그 안에서 기대고, 때로는 도망치며 성장한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하지만 정작 가장 큰 갈등도 그 안에서 생겨난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이 가까워질수록 각자의 ‘의지’가 더 강하게 맞부딪힌다고 보았다.

멀리 있는 사람과는 충돌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가족처럼 서로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드는 관계에서는 작은 차이가 큰 상처로 확대된다.

같은 식탁에서, 같은 집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만큼 서로의 욕망이 부딪히고, 기대는 충족되지 못한 채 쌓이며 갈등은 필연이 된다.


가족 관계가 특히 어려운 이유는, 그 안에서 조건 없는 이해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나를 알겠지”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 어떤 타인에게 받은 상처보다 깊은 상처를 받는다.

가까움이 주는 따뜻한만큼, 그 고통도 크게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우리가 세상과 싸워 나가기 위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이다.

차갑고 무심한 세상 속 가족은 최소한 우리가 돌아갈 자리를 만들어 주는 존재이다.

안정과 갈등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몸처럼 붙어있는 것이다.

가까움은 기댈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다치기도 쉽게 한다.


그러므로 가족 관계의 본질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의 ‘의지’가 충돌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가까움 속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세우는 연습, 기대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이란 우리에게 따뜻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 존재다.


이 양면성을 이해하는 순간, 가족을 이상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비로소 관계는 덜 상처받고 더 단단해진다.


그러니 가족이 주는 상처 때문에 자신을 탓하지 말자.
“어떻게 가족이 나에게 이럴 수 있지?”라고 묻지도 말자.

가족이기에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자.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그 순간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훨씬 편안해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How ar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