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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Feb 23. 2024

프랑스 식탁 예절 실천 후기

적극 추천합니다

"나 지금 배 안고픈데! 지금 밥 안먹고 싶은데!! 조금만 더 놀면 안되요?"


캐나다에서 삼시 세끼를 반 강제로 해먹다보니 익숙해졌다고 해도 한번씩 밥 차리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그런 날 안내키지만 열심히 요리해서 밥이 다 되어갈때쯤 남편과 아들(5살)을 불렀는데 아들이 이런 말을 하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는 날이 있습니다.


왜 나는 아들이 원하지도 않는 밥을 열심히 차려서 좋은 소리도 못듣고, 다들 기분 나쁘게 밥을 먹어야 하지?

가족을 사랑해서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해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사실 생각해보니 이건 비단 저와 저의 아들의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면 아니 일반적인 한국의 가정에서 밥 먹는 것은 가장 큰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식사 시간마다 밥을 꼬박꼬박 차려주다보니 엄마가 밥 차려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안차려주면 서운하게 됩니다.


밥 먹으라는 말을 잔소리로 듣게되고, 억지로 먹는 밥에 또 한마디 했다가는 서로 감정만 상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감정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와 저의 아들의 미래 시나리오가 빤히 보이는 듯 했습니다. 저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기에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 어떤 티비프로에서 보았던 프랑스 가정의 식사 예절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어린데도 항상 식사 준비를 같이 하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에 한에서) 아주 즐겁게 준비하고 밥을 먹는 것이 떠올랐어요.


프랑스 식사 예절에 대해 알아보니 더욱 흥미로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미식가들이 많은 이유가 아이들의 어릴때부터 이 엄격한? 식사 예절 때문이라는 것들이라는 것도 알게되었어요. 

그 중 몇가지를 공유해보고 제가 변형해 실천한 후기도 말씀드려볼께요.


우선 식사 '시간'이었는데요, 저는 아이가 너무 배가 고플때까지 기다렸다 밥을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프랑스에서는 그렇게 하더군요. 저희도 과자를 거의 안먹기는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식사 이외에 정크푸드나 과자와 같은 간식은 일절 잘 안준다고 하더군요.(음식으로 잘 취급하지 않는다는...)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이 사탕을 물고 다니는 모습을 잘 볼 수 없다고 해요. (정말 그런가요? 프랑스 사시는 분 있으시면 알려주세요ㅎㅎ) 아, 아이들 저녁이 늦으니 오후 4시 경 먹는 특별한 간식은 있다고 합니다.(정크푸드 아닌)


이렇게 배가 고픈 아이들이 보통 저녁 7시쯤이 되어서야 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금 더 크면 어른들과 함께 먹는데 어른 식사 시간은 8시 정도라고 하네요) 허기가 가장 좋은 반찬이라고, 아이들은 아주 배고픈 상태가 되어 밥을 먹게 되니 밥 끝까지 먹으라는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또한 '식탁에 끝까지 앉아있는 것, 입에 무언가를 넣고 말하지 않는 것, 식탁에는 두 손을 올리고 있어야 하는 것(팔꿈치가 아니라),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일단은 먹어보아야 한다는 것(다양한 미각을 발달시키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등 프랑스 사람들의 식탁 예절은 조금 유별나고 엄격하다고 합니다.


저는 어떤 점을 적용해 보았을까요?


우선 5살 아들과 앉아서 이런 점들에 대해 의논해 보았어요. 이미 어제 있었던 일로 훈육을 했었기에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것에 아주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답니다. 자신의 의견도 내고요. (5살 아이의 의견은 꽤 분명하고 논리도 있답니다)


퇴근한 남편과 한번 더 우리가 작성한 초안을 보여주고 모두가 동의 하에 식사 예절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당장 실행해 보았는데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어요.


밑에 각자의 동의 하에 서명도 했답니다ㅎㅎ


저희는 우선 밥 먹는 시간을 대폭 늦추어서 아들이 배가 고픈 시간에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식사시간전까지는 실컷 놀 수 있도록 하고요. 


그리고 식사 시간 30분전과 식사 시간 후 30분(20분)은 함께 요리하고 정리하기로 하였어요. 식사시간 후 정리는 남편과 함께 할 때 아들은 독서를 하거나 혼자서 노는 것에 동의를 했고요. (가장 밑에 서명도 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잣떡국과 샐러드, 감자볶음과 베이컨이었는데요.

남편과 아들은 잣 떡국을 만들고, 저는 샐러드와 볶음 요리를 했어요. 


모두들 아주 즐겁게 요리를 준비하고(요리가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기도 하죠) 

사도 대화하면서 즐겁게 했답니다. 

아들은 놀랍게도 40분 동안 잘 앉아있었어요.


이렇게 저의 첫 프랑스 식탁 예절 실천 후기는 대만족이었습니다.

가족들과 즐거운 식사를 하고, 아이들에게 밥 먹으라는 잔소리가 하기 힘드신 분들께 적극 추천드려요.

즐거운 식사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책임감과 독립심,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길러 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집안에 기여를 한다는 동기 부여도 심어줄 수 있고요. 


저는 앞으로도 쭉 이렇게 해 볼 계획인데 좋은 결과가 있으면 업데이트를 드려보도록 할께요ㅎㅎ


식사 예절이 호감이다보니 프랑스에는 못가봐도 프랑스 요리는 해먹어보고 싶네요. 

레시피도 성공하는 것이 있으면 공유해 보도록 할께요. 






성공한 레시피를 아래 저의 요리 블로그에 정리해두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보시고 맛있게 해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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